[월드컵]한국 본선무대 4무10패

2001.12.01 23:34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는 끝없는 실패로 점철된 고난의 역사였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본선무대를 밟은 한국의 첫 상대는 당시 세계 최강 헝가리. 결과는 참담했다. 경기종료 휘슬이 울린 그라스호퍼 경기장 전광판엔 0-9란 스코어가 새겨져 있었다. 일방적으로 몰리면서 헝가리의 대포알 같은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낸 골키퍼 홍덕영의 가슴은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2차전 터키와의 경기도 0-7. 6일 동안 하늘과 땅을 달려 경기 전날 겨우 취리히에 도착한 한국에 세계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이후 32년은 월드컵 본선무대조차 밟지 못한 암흑시대였다.

한국의 월드컵 본선도전은 86년 멕시코월드컵을 시작으로 다시 재개됐다. 첫 상대는 당대의 천재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 ‘태권도 축구’라는 악평을 들으면서까지 마라도나를 밀착마크했으나 역부족, 아르헨티나에 연속 3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후반 28분 페널티에어리어 바깥쪽에서 날린 박창선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그대로 아르헨티나 골네트를 갈랐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기록한 첫 득점이었다.

불가리아와의 2차전에서 한국은 김종부의 멋진 슛으로 동점골을 잡아내 1-1 무승부. 이번엔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첫 승점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이탈리아전은 선전하고도 2-3 석패.

90년 이탈리아월드컵을 맞은 한국엔 그 어느때보다 희망이 넘쳐 흘렀다. 예선전적 9승2무 무패에 득점 29점, 실점은 0. 16강이니, 8강이니 하는 장밋빛 전망이 나돌만도 했다. 그러나 한국 축구는 이번에도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했다. 벨기에에 0-2, 스페인에 1-3, 우루과이에 0-1.

94년엔 종료직전 이라크가 동점골을 터뜨려주는 바람에 기사회생, 본선무대를 밟았지만 1승의 길은 여전히 멀고 험했다. 강호 스페인과 2-2로 비긴 한국의 2차전 상대는 볼리비아. 6-4의 압도적인 우세로 진행됐지만 행운의 여신은 끝내 한국을 외면했다. 종료직전 하석주가 날린 회심의 오른발슛도 골키퍼 손에 걸려 무위. 독일과의 3차전에서도 2-3으로 석패하며 또다시 예선탈락하고 만다.

한국 축구가 낳은 불세출의 스타 차범근을 사령탑으로 앉힌 한국은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4전5기에 나섰다. 멕시코와의 1차전에서 터진 하석주의 선취골. 그러나 감격도 잠시, 하석주가 그 직후 백태클로 퇴장당하면서 한국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고 결국 1-3으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2차전 네덜란드에 0-5로 대패한 한국은 차감독이 경질되는 우여곡절 끝에 벨기에와의 최종전에서 1-1로 비기며 1승과 16강을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겨놓았다.

5번 본선 출전에서 얻은 성적표가 4무10패. ‘월드컵의 불가사의’로 불리는 한국의 무승행진에 안방 월드컵에선 과연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한국 축구의 가슴에 남겨진 피멍이 이제는 풀릴 때도 됐다.

〈유형렬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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