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살 고목과 신이 굽어보는 도시

2011.03.01 21:22 입력 2011.03.02 13:59 수정

소박한 영혼을 위로하는 곳, 일본 규슈 사가현

다케오에서 만날 수 있는 가와고 녹나무. 높이가 25m로 일본 내에서 5번째로 큰 나무다.

다케오에서 만날 수 있는 가와고 녹나무. 높이가 25m로 일본 내에서 5번째로 큰 나무다.

일본 규슈의 한적한 북단에 자리잡은 사가(佐賀)현은 조용하고 소박한 곳이다. 관광업이 발달한 규슈의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더 순박하고 인심 좋은 이곳 사람들은 늘 신(神)과 함께 거닌다. 선술집 앞, 골목길의 우동집 벽면, 주택가 대문 옆 등 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그들의 신은 복을 갈망하는 소박한 영혼을 어루만지고 영험한 기운을 전해주며 위안의 손길을 내미는 친근한 존재다. 높이 40~50㎝ 정도의 자그마한 돌상인 에비스(惠比壽)상(사진)이 그것이다. 에비스는 복을 불러온다는 일본의 7가지 신 중 하나다. 바다 일의 안전도 관장하는 에비스는 바다와 가까운 사가현에서 전통적으로 모셔온 신이다. 집 앞에서, 거리에서 만나는 에비스상의 배를 어루만지며 복을 빌고 행운을 기원하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들의 몸에 새겨진 삶이기도 하다.

사가시 여행을 에비스메구리(에비스 순례)로 시작하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관광지를 훑으며 쫓기는 대신, 짧은 일정이나마 현지인들의 일상을 체험해볼 수 있는 여행법이기도 하다. 에비스메구리는 보통 사가현청에서 가까운 사가신사에서 시작된다. 사가신사에 모셔진 에비스상을 시작으로 골목길 곳곳에서 만나는 에비스는 사업이 번창하고 불치의 병이 낫고 부부간의 금실이 회복되는 등 저마다 다양한 사연과 전설을 지니고 있다. 사가은행 앞에 있는 에비스상은 특히나 많은 손길을 타서인지 반질반질하다. 이곳에서 복을 빈 뒤 복권을 사면 당첨확률이 높다는 이야기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사가시내에 있는 에비스상은 모두 770여개다. 다른 지역에서도 에비스상을 찾아와 기원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8년 전부터는 1시간30분, 2시간, 3시간 등 시간별로 둘러볼 수 있는 코스도 만들어졌으며 6명의 가이드가 방문객을 맞고 있다.

사가시 인근, 온천으로 유명한 다케오시는 오오쿠스, 일명 녹나무 순례 코스가 있다. 가와고 오오쿠스, 다케오 오오쿠스, 쓰카사키노 오오쿠스 등 3대 녹나무가 유명하다. 수령 3000년, 높이 30m, 둘레 20m가 넘는 아름드리 고목인 녹나무는 나무에 깃들여 있는 신이 좋은 에너지와 기운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차로 1시간도 걸리지 않는 나가사키에 세계 2차대전 당시 원자폭탄이 투하되면서 이 일대가 처참하게 무너졌지만 녹나무가 자리잡은 다케오 지역은 폭격의 피해가 없어 녹나무가 무사히 보존될 수 있었다. 녹나무의 기운이 입소문이 나면서 11년 전 관광코스로 개발된 뒤에는 대학입시철마다 고3 수험생 학부모가 찾는 등 연간 1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일본 전역에서 찾아온다. 녹나무 밑동엔 자그마한 제단이 만들어져 있어 신을 모신다. 오오쿠스 순례를 안내하는 쓰카하라는 “최근 몇 년 새 일본의 불황이 깊어지면서 오오쿠스를 순례하는 사람이 더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3000살 고목과 신이 굽어보는 도시

다케오시 바로 아래, 역시 온천으로 유명한 우레시노 인근엔 일본 3대 이나리신사(곡식의 신을 모시는 신사) 중 하나인 유토쿠이나리신사가 있다. 320년 전 만들어져 농업과 상업의 번성을 기원하는 이 신사는 연간 300만명이 참배를 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녹나무와 함께 사가현의 대표적인 파워스폿(Power spot)이다. 권궁사(신사에서 두번째 지위를 차지하는 사람) 나베시마의 안내로 둘러본 신사 본전 앞 기원판에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예쁜 카드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나베시마는 “지난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많은 젊은 커플이 신사를 찾아 사랑의 결실을 기원했다”고 설명했다. 카드 사이로 초콜릿이 붙어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신사와 밸런타인데이와 초콜릿. 언뜻 기묘한 조합이지만 이 이상 어떻게 절실한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길잡이
● 한국에서 사가로 가는 직항은 없다. 인근 후쿠오카로 가는 비행기편이 매일 있기 때문에 후쿠오카로 이동하면 된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JR를 타면 웬만한 곳은 1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다. 사가시는 사가역, 다케오시는 다케오온천역에 내리면 된다. 역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에 있는 숙박업소가 많고 미리 전화를 하면 마중을 나오는 료칸도 있다. 도자기로 유명한 아리타도 JR로 닿는다. 단 우레시노 온천은 다케오온천역에서 버스를 타면 30분 거리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우레시노 온천에 가는 고속버스를 타면 1시간 남짓 걸린다.

● 사가현은 한국어 홈페이지(www.asobo-saga.jp/lang/korean/)를 운영한다. 이곳을 통해 기본적인 관광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레시노 온천 숙박에 대한 정보는 우레시노 온천 관광협회 홈페이지(http://kankou.spa-u.net/lang/kr/index.html)를 통해 한국어로 찾아볼 수 있다.

● 기타 관련 정보는 사가현서울연락사무소 홈페이지(www.japanpr.com)를 참고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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