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빨간 사과’로 만든 ‘코리안 아이스와인’의 풍미··· 추사의 고향 알리는 충남 ‘예산사과와인’

2019.11.01 18:29 입력 2019.11.04 10:55 수정
글·사진 김형규 기자

예산사과와인은 예산에서 키운 사과와 유기농 블루베리 등으로 한국식 아이스와인을 만든다.

예산사과와인은 예산에서 키운 사과와 유기농 블루베리 등으로 한국식 아이스와인을 만든다.

‘레드 러브’라는 유럽산 사과 품종이 있다. 껍질뿐 아니라 속살까지 붉은빛이 감돌아 ‘속 빨간 사과’라고도 부른다. 육질이 질기고 텁텁한 데다 꽃사과처럼 시고 떫은맛이 너무 강해 그냥 먹기는 힘들다. 대신 안토시아닌이 풍부하고 산미가 좋아 술을 담그면 색도 맛도 잘 나오는 과일이다. 가격은 가장 흔한 사과 품종인 후지의 두 배다.

충남 예산에 가면 이 레드 러브로 와인을 만드는 양조장이 있다. 농업회사법인 ‘예산사과와인’이다. 산미가 좋은 술을 선호한다면 꼭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속살까지 불긋한 유럽산 사과 품종 ‘레드 러브’

속살까지 불긋한 유럽산 사과 품종 ‘레드 러브’

예산사과와인의 대표 제품인 ‘추사 로제스위트’는 로제와인처럼 은은한 다홍색 빛깔이 보기부터 매력적이다. 향은 경쾌하고 가볍다. 한 모금 넘기면 화사한 신맛에 입안에 금세 신침이 찌르르 퍼진다. 보디감은 가볍다. 식전주나 디저트와인으로 좋고 매운 양념 음식과도 두루 잘 어울린다.

술에서 나는 신맛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장점이 뚜렷하다. 우선 감칠맛이 있어 계속 다음 잔을 당기게 만든다. 보통 음용성이 좋다고 표현한다. 산도가 강하면 잡균을 억제해 술을 발효시킬 때도 도움이 된다. 아황산염 같은 첨가제를 덜 넣어도 된다.

레드 러브로 만든 ‘추사 로제스위트’는 식전주나 디저트와인으로 좋고 매운 양념 음식과도 두루 잘 어울린다.

레드 러브로 만든 ‘추사 로제스위트’는 식전주나 디저트와인으로 좋고 매운 양념 음식과도 두루 잘 어울린다.

레드 러브로 만든 ‘추사 로제스위트’는 원재료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산미가 좋은 술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제조법은 아이스와인을 만드는 것과 거의 동일하다. 약 18도에서 3~4주가량 저온 발효해 향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다시 15도 내외로 1년간 숙성을 거쳐 완성시킨다.

예산사과와인은 만드는 술마다 예산이 고향인 추사 김정희의 호를 이름에 넣는다. ‘추사 애플와인’은 직영 과수원에서 재배한 후지 사과로 만드는데. 향긋한 사과향과 부드러운 단맛이 외국 아이스와인과 견줘도 모자람이 없다. 실제로 국내외 여러 대회에서 수상 이력을 쌓았다. 유기농 블루베리를 넣은 ‘추사 블루스위트’도 사과로 만든 다른 두 와인과 같은 제조법으로 만든다.

예산 사과로 만든 브랜디 ‘추사 40’

예산 사과로 만든 브랜디 ‘추사 40’

예산 사과로 만든 브랜디 ‘추사 40’은 고도주 마니아들에게 열광적인 인기를 끄는 제품이다. 일체의 첨가물 없이 사과만 한 달 발효시킨 원주를 증류한 뒤 포르투갈산 오크통에 3년 이상 숙성시켜 만든다. 한 번 사용한 뒤 안을 깎아낸 ‘리커버드’ 오크통을 써서 부드럽고 안정적인 맛이 특징이다. 우리 농산물로 만든 국산 브랜디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예산사과와인은 1987년부터 사과 농사를 지은 예산군 고덕면 은성농원에서 시작됐다. 양조 책임자는 정제민 부사장(53)이다. 정 부사장은 은성농원 서정학 대표의 사위다. 13년간 캐나다 이민 생활 동안 와인 양조를 배운 정 부사장이 귀국하면서 은성농원은 평범한 과수원에서 180도 달라졌다.

2만3000㎡ 과수원 절반을 체험공간으로 꾸미고 사과잼·사과파이 등을 팔았다. 2010년부터 과수원 한쪽에 와이너리를 열어 와인 시음과 판매, 체험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찾는 사람이 늘면서 연간 소득이 세 배로 늘었다. 사과 수확철엔 주한미군이나 동남아 관광객 등 가족 단위의 외국인 방문객으로 매주 수천명씩 붐빈다.

캐나다에서 와인 양조를 배워 한국에서 꽃피운 정제민 예산사과와인 부사장. 현재 한국와인생산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예산사과와인 제공

캐나다에서 와인 양조를 배워 한국에서 꽃피운 정제민 예산사과와인 부사장. 현재 한국와인생산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예산사과와인 제공

정 부사장은 2004년부터 일반인 대상 양조 강의를 하고 와인 만들기 동호회를 운영해 온 한국와인 1세대다. 현재 한국와인생산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정 부사장의 아들도 캐나다 아이스와인 산지의 대학에서 양조학을 공부하고 있어 대를 이은 와이너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예산사과와인은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와인을 시음하는 30분 내외의 투어프로그램(5000원)과 와인을 직접 병에 넣고 포장해 가져가는 나만의 와인 만들기 체험(1만5000원) 등을 진행한다. 11월 중순까지는 사과따기 체험(5개 1만원)도 할 수 있다. 4~8인실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 숙박과 식사도 가능하다. 매년 11월에는 음악회·시음회·바비큐 파티 등으로 구성한 예산사과와인축제를 열고 있다. 16년째를 맞는 올해 축제는 11월9일 열린다.

추사 와인 시리즈는 알코올 도수가 12도로 모두 같다. 가격도 375㎖ 기준 2만원으로 동일하다. 증류주 ‘추사 40’은 500㎖ 병이 6만원이다. 술은 포털사이트 검색과 지마켓·옥션 등 온라인쇼핑몰, 홈페이지(www.chusawine.com)에서 구입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술을 빚는 양조장이 2000곳이 넘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전통주인 막걸리와 청주·소주, 그리고 와인에 맥주까지 우리땅에서 난 신선한 재료로 특색 있는 술을 만드는 양조장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이 전국 방방곡곡 흩어져 있는 매력적인 양조장들을 직접 찾아가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맛좋은 술은 물론 그 술을 만들며 고군분투한 사람들, 술과 어울리는 해당 지역의 음식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예정입니다. 맛난 술을 나누기 위한 제보와 조언도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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