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구마 줄기처럼 나오는 비선 라인

2010.07.08 22:53

비선(秘線) 라인의 권력 남용이 또 드러났다. 이번에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외곽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란 단체다. 이 단체 대변인 출신인 정인철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은 서울 시내 특급호텔에서 매달 일부 은행장들과 KT·포스코 등 민영화된 공기업 회장들을 불러 놓고 정례 회동을 가져왔다는 보도다. 명목은 경제계 현안과 기업 애로 사항을 듣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지만, 누가 봐도 그런 일을 전담하는 경제수석과 경제 비서관들을 제쳐놓고 청와대 내부 업무 조정을 맡고 있는 비서관이 나설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는 회동에서 같은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를 거명하며 “잘 아는 형님인데 찾아가면 도와주시라”고 거간꾼 노릇을 하고, 실제 이 인사는 기업인·은행장들을 방문해 거액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 인사는 지원을 거부한 기업인에게 “내가 누군지 차차 알게 될 것”이라고 겁까지 줬다는 얘기도 나온다. 권력의 탈만 썼다 뿐이지 영락없이 조폭의 행태를 닮았다. 참석인사들은 “오라고 하니 갈 수밖에 없었다”고 하니 이들의 위세가 어떠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선진국민연대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선거운동을 외곽에서 지원하기 위해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과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중심이 돼 전국 200여개 시민·사회·직능 단체를 한데 묶어 무려 460여만명을 관리한 조직이다. 정권 초기부터 이 단체 출신들은 청와대와 정부, 국회, 공기업 간부 자리를 싹쓸이하다시피 해 여권 내부에서조차 “해도 너무한다”는 손가락질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 정부 때 임명된 공기업 간부들에 대한 집요한 사퇴 압력도 이들에게 나눠 줄 논공행상용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란 의혹은 계속 제기돼왔다. 이제 보니 공직윤리지원관실 같은 사찰 기관을 사적으로 가동하고, 이를 통해 특정 인사를 쳐내면 그 빈자리를 자기들끼리 나눠 챙겨왔던 셈이다. 말이 좋아 논공행상이지, 노략질해온 전리품을 분배한 것과 진배없다. 여권 내부에선 최근의 파문을 놓고 권력 암투에서 빚어진 ‘파워 게임’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니 더욱 볼썽사나울 뿐이다.

이런 난맥 속에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권력 내부에 전면적인 감찰이 필요할 때다. 권력을 사유물처럼 주물럭거리며 국정을 농단하고 공조직을 무력화시킨 이들의 국기 문란 행위는 또 뭐가 나올지 알 수 없다. 대통령이 언급한 ‘권력을 남용한 어설픈 사람들’의 행렬도 그 끝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을 지경이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이며 최종 인사권자인 대통령은 이런 모든 의문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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