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샹 투혼 감동은 ‘중국방송의 조작’

2012.08.24 22:07

CCTV ‘실격상황 대본’ 4가지 준비

“정부, 심각한 부상 알고도 출전 강요”

지난 7일 런던올림픽 육상 남자 허들 110m 예선이 끝났을 때 중국 전역은 중국의 육상 영웅 류샹의 부상 투혼 때문에 감동에 휩싸였다. 류샹은 첫 번째 허들에 걸려 넘어진 뒤 오른발 아킬레스건 부위를 쥔 채 쓰러졌다.

류샹은 2008 베이징올림픽 때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했다. 중국 전체가 비통해하고 있을 때 류샹은 불운에 굴하지 않고 왼발만으로 뛰기 시작했다. 허들 옆을 하나둘씩 지나며 골인지점을 향했고 마지막 허들에는 입맞춤을 하기도 했다. ‘류샹의 키스’에 중국은 물론 전 세계 육상팬들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류샹의 ‘완주’에 감동을 더한 것은 중국 국영방송 CCTV의 중계진이었다. 앵커인 양지옌은 류샹이 마침내 휠체어에 실려나가자 울먹이는 목소리로 “류샹은 전사였습니다. 마지막까지 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힘껏 날아올랐습다. 저는 지금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이 떠오릅니다. 그는 이제 29살의 노장입니다. 이제 당신은 쉬어도 좋습니다. 류샹, 고맙습니다. 당신이 우리에게 보여준 영광과 환희를…” 양지옌의 흐느낌에 중국 전역이 함께 울었다. 이 중계방송 장면은 CCTV뿐만 아니라 BBC, NBC 등 세계 주요 방송에 소개되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조작된 감동’으로 밝혀졌다. 상하이타임스 등 중국 언론 등은 24일 일제히 “CCTV가 류샹의 부상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며 “실격 상황에 대비해 미리 대본을 준비해서 읽었다”고 보도했다.

CCTV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CCTV 앵커 책임자는 “중계 전에 양지옌이 이미 류샹의 부상 사실을 알고 있었고, 벌어질 상황에 대비해 4가지 원고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양지옌의 흐느낌도 미리 준비된 연기라는 것이다.

나아가 류샹의 ‘부상 투혼’조차 조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류샹의 부상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었으나 중국 정부에서 출전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오리엔털가디언에 따르면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류샹에게 “금메달을 따야 한다”고 강요했고, 이 때문에 무리한 훈련으로 류샹의 부상이 심각해졌다. 류샹은 런던올림픽 직전 훈련지였던 독일에서 아킬레스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런던올림픽 육상 남자 110m 허들경기 도중 아킬레스 부상으로 넘어진 중국의 류샹이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런던 | AP연합뉴스

지난 8일 런던올림픽 육상 남자 110m 허들경기 도중 아킬레스 부상으로 넘어진 중국의 류샹이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런던 | AP연합뉴스

류샹의 대회 출전 강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중국 대표팀은 류샹 실격 직후 인터뷰에서 “만약 우리가 류샹의 부상을 알았다면 출전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CCTV와 신화통신은 “류샹이 경기 직전 2차례나 진통 주사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런던올림픽에서 주사제는 팀 허락 없이는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대표팀 관계자는 “진통제를 맞은 일이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류샹을 이용해 ‘감동’을 조작했다는 음모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난징의 타블로이드 신문인 동방위보는 “류샹도 알았고, CCTV도 알았고, 당 관계자도 알았으나 오로지 일반 대중만 멍청하게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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