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고양이, 동물 63종 씨 말렸다

2018.08.26 21:55 입력 2018.08.26 21:56 수정

호주선 2년간 추적 관찰 “파충류·작은 동물에 치명적”

보호단체 반론 제기에도, 독극물 살포·포획 상금까지

버려진 고양이, 동물 63종 씨 말렸다

가정에서 키우다 버려져 야생화한 고양이가 파충류를 포함한 작은 동물들의 개체 수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북부준주(準州) 환경 및 자연자원부와 멜버른대는 국제학술지 ‘생물보존’ 최근호에 야생고양이가 없는 곳의 파충류 개체 수가 야생고양이가 서식하는 지역에 비해 2배가량 빠르게 증가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은 북부준주 카카두국립공원 내에 고양이를 막을 울타리를 설치한 곳과 같은 넓이의 개방된 구획을 2년 동안 무인카메라로 관찰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연구진은 울타리가 없는 지역에는 1회 이상 고양이가 나타났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의 고양이 개체 수 밀도는 2평방킬로마일(약 5.18㎢)당 1마리 정도로 호주 전체 평균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 비율이다. 연구진은 “고양이 서식 밀도가 낮은 경우에도 야생화된 고양이는 소형 파충류에게 포식자로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원래 해당 지역에 서식하지 않았으나 인간에 의해 야생화된 고양이는 외래종으로서 심각한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특히 호주, 뉴질랜드에서 고양이는 치명적인 외래종으로 꼽힌다. 이들 지역에 원래 서식하던 긴귀주머니쥐, 발톱꼬리왈라비, 큰귀캥거루쥐 등 소동물들은 선원들이 쥐를 쫓기 위해 들여온 고양이들에게 속수무책으로 사냥당하고 있다.

2015년 호주 연구진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788년 유럽인들이 호주에 처음 정착한 이후 호주 고유의 포유동물 가운데 11%가 멸종됐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유럽인들이 데려온 고양이와 붉은여우 탓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간의 영향이 아니었으면 이들 지역에 고양이가 유입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함을 감안하면 이들 동물의 멸종은 결국 인간 탓이라고 할 수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파충류 등 소동물 감소의 원인이 고양이 때문만은 아니라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국제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소사이어티 관계자는 내셔널지오그래피와의 인터뷰에서 “고양이가 파충류나 소형 포유류, 조류 등을 공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울타리 내에 다른 포식자나 파충류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초식동물 등이 출입하지 못하게 된 것도 파충류가 늘어난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며 “고양이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지나친 얘기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해당 지역에는 고양이 외에 파충류를 사냥하는 다른 포식동물이 거의 없다”면서 연구결과가 타당함을 주장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철새센터 피터 마라 연구원이 2016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고양이가 멸종시킨 동물은 적어도 63종에 달한다.

마라 연구원은 2013년에 미국에서만 고양이에게 사냥된 조류가 연간 14억~37억마리, 포유류가 69억~207억마리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의 경우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인 전남 신안군 홍도에 야생고양이 수가 늘면서 철새들을 사냥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야생고양이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심각해지자 호주 당국은 야생고양이 제거를 위해 독극물을 살포하고, 고양이를 잡아오면 포상금을 주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2020년까지 야생고양이 200만마리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현재 호주 내의 야생고양이는 2000만마리가량으로 추정된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이 같은 정책을 비인도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중성화 수술을 실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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