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학교의 재발견

(상) 가르치는 곳? 사회적 돌봄도 분담하는 곳

2020.07.02 06:00

과거엔 ‘진학을 위한 기능·과정’

요즘은 사회적으로 성장하는 곳

인식 바뀌는 지금, 혁신의 기회

[코로나 시대, 학교의 재발견](상) 가르치는 곳? 사회적 돌봄도 분담하는 곳

학교 앞 원룸에서 혼자 지내던 ㄱ군(13)이 지난달 초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인 ㄱ군은 외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아왔지만, 가정에서 온전한 돌봄을 받지 못하던 처지였다. 그를 살린 것은 틈틈이 찾아오던 사회복지사와 담임교사였다.

주변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ㄱ군은 학교를 매우 좋아했다. 보육시설에서는 문제를 일으켜 쫓겨났지만 학교생활은 원만했다. 연고나 거처가 없는데도 학교에 계속 다니고 싶어 했다. 갈 곳 없는 ㄱ군을 감싸안은 것은 학교였다. 수소문해 원룸을 구할 수 있도록 도운 것도 학교였다. 담임교사는 수시로 ㄱ군을 찾아가 요리를 해주고 덥수룩한 머리를 다듬어줬다. 등교수업을 시작하면 친구들과 삼겹살 파티를 하자고도 약속했다. 학교 관계자는 “ㄱ군은 정붙일 곳이 없던 아이”라며 “학교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그래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학교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ㄱ군 사례는 학교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학습장이 아니라 아이들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키우는 배움의 토대로 작동해왔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학교가 멈춘 사이,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에게 학교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묻고 있다.

“학교는 그동안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일종의 기능과 과정이었죠. 학력고사와 수능 등을 거친 지금의 부모세대(기성세대)에게는 사실 학원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공간이었을 거예요.”(전경원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

깨질 것 같지 않던 이 같은 인식은 최근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모순되게도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찾아온 변화다. 코로나19 사태로 예년보다 100일가량 늦게 학교 문이 열리면서 각 가정에서는 돌봄 부담을 호소했다. 아이들의 시간을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과 흐트러진 아이들의 생활습관을 예전처럼 바로잡기 어렵다는 난감함, 학교의 부재로 인한 교육격차 심화 등이 ‘학교의 재발견’을 앞당기고 있다. 가정과 사회가 함께 분담해야 했던 몫의 상당 부분을 학교가 도맡아왔음을 알게 된 것이다.

좀처럼 변하지 않던 학교현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떠밀려 시작한 온라인수업은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다만 온라인에만 의존한 학습환경은 아이들 간 학습격차를 부추길 수 있다. 이미 교육계에서는 온라인수업에서 공통된 교육과정을 가르치고, 얼굴을 맞댈 수 있는 오프라인에서는 학생의 학습 수준에 맞춘 심화 및 보충학습 등 개별화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는 확산과 완화를 반복하며 장기간 유행할 것이다. 코로나 시대는 과연 공교육에 위기일까, 기회일까.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답은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성공할 아이들은 성공하더라’로 결론나면 위기가 되겠지만, ‘학교가 아이들을 위해 이런 것들을 해줬구나’라고 신뢰를 얻게 되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기회로 잘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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