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변희수 전 하사 “혐오 가득한 곳에서 정의를 묻겠다”…법정싸움 시작

2020.08.11 21:04 입력 2020.08.11 21:09 수정

전역 처분 취소 행정소송 나서

<b>“다시 시작”</b> 변희수 전 하사(가운데)가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육군의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 제기를 알리는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다시 시작” 변희수 전 하사(가운데)가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육군의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 제기를 알리는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혐오가 가득한 곳에서 사회 정의를 묻기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합니다.”

군복 대신 하얀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변희수 전 하사가 담담한 목소리로 입장문을 읽어내려갔다.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육군에서 강제전역된 사실을 공개한 지난 2월 감정에 복받친 듯 여러 번 눈물을 보였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성전환 수술 이후 육군에서 강제전역 처분을 받은 변 전 하사가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에 나섰다.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전지방법원에 행정소송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현행법상 트랜스젠더 군인이 군 복무를 중단해야 할 근거는 없다”며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이 여성이 된 변 하사에게 남성 성기 상실을 이유로 전역을 명한 처분의 부당성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변 전 하사는 지난해 소속 부대 상관의 허가를 거쳐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부대로 돌아갔다. 이후로도 여군으로 군 복무를 이어가길 희망했지만, 육군은 지난 1월 변 전 하사의 강제전역을 결정했다. 남성 성기가 사라진 신체 변화를 ‘심신장애 3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변 전 하사는 전역 결정을 다시 심사해달라며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초 기각 통보를 받았다.

공동변호인단의 김보라미 변호사는 “(군의 전역 처분은) 개인의 성적 정체성 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의 침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성전환 수술을 목적으로 한 휴가가 육군참모총장에게 보고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점, 국군수도병원이 먼저 치료 목적으로 수술을 권유한 점, 변 전 하사가 비수술 트랜스젠더임을 부대에 보고했을 때에도 복무할 수 있었던 점, 복무 당시 우수한 성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는 점 등을 재판에서 소명하기로 했다.

변 전 하사는 “제가 커밍아웃해 성별 정정을 결심한 그때의 마음가짐,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기대, 옆에서 응원하는 군 동료와 친구들, 성소수자들, 변호인단과 함께 다시 이 싸움을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