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BS 최장수 캐릭터, 뚝딱이의 끝없는 도전 “펭수 당당함 부럽지만, 내 갈 길 갑니다!”

2020.08.18 20:00 입력 2020.08.19 10:48 수정
이유진 기자 · 사진·영상 최유진 PD

EBS 입사 27년차 아기도깨비 ‘뚝딱이’가 지난 11일 EBS 일산 사옥에서 경향신문 기자와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유진PD yujinchoi@kyunghyang.com

EBS 입사 27년차 아기도깨비 ‘뚝딱이’가 지난 11일 EBS 일산 사옥에서 경향신문 기자와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유진PD yujinchoi@kyunghyang.com

‘뚝따라뚝딱~ 뚝딱딱!’ 혹시 이 구호를 아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뚝년배’일 확률이 높다. 뚝년배는 EBS 캐릭터 ‘뚝딱이’와 동년배를 합성한 말로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태어나 <딩동댕 유치원>을 보고 자란 세대를 일컫는다. 1994년 EBS <딩동댕 유치원> 메인 캐릭터로 입사한 사회생활 27년차 아기도깨비 뚝딱이는 뿡뿡이·뽀로로·펭수 등 쟁쟁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추억의 캐릭터로 남을 뻔했다. 하지만 최근 유튜브 채널 ‘뚝딱tv’를 개설하고 트로트 음원을 발표하는 등 재도약에 나섰고,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뚝딱이가 지난 11일 EBS 일산사옥에서 경향신문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꼰대의 대명사로 오해받는 뚝딱이는 자신이 ‘낀 세대’에 가깝다고 말했다. 최유진PD yujinchoi@kyunghyang.com

뚝딱이가 지난 11일 EBS 일산사옥에서 경향신문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꼰대의 대명사로 오해받는 뚝딱이는 자신이 ‘낀 세대’에 가깝다고 말했다. 최유진PD yujinchoi@kyunghyang.com

‘옆자리 후배 녀석/ 승진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쿵 내려앉아/ 기죽지마/ 우리에겐 존버(계속 버틴다) 정신이 있잖아~.’ 뚝딱이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트로트 음원 ‘기죽지마’의 가사 일부다. 뚝딱이를 입사 이후 쭉 지켜봐온 오정석 EBS 유아어린이특임국장이 직접 작사한 ‘뚝딱이 헌정가’다. 지난 11일 EBS 일산 사옥에서 만난 뚝딱이는 첫 트로트 도전에 “오 국장님이 제 ‘(도)깨비 인생’을 가사에 적절히 잘 녹여줘 만족스럽다”며 “트로트 가수 활동은 뮤지컬 가수라는 오랜 꿈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롯깨비’가 되기 위해 가수 김연자에게 특별 지도를 받기도 했다.

뚝딱이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트로트 음원 ’기죽지마’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오정석 EBS 유아어린이특임국장이 가사를 직접 작사했다. 유튜브 ‘뚝딱tv’ 캡쳐

뚝딱이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트로트 음원 ’기죽지마’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오정석 EBS 유아어린이특임국장이 가사를 직접 작사했다. 유튜브 ‘뚝딱tv’ 캡쳐

뚝딱이는 ‘트롯깨비’가 되기 위해 가수 김연자에게 특별지도를 받기도 했다. 뚝딱이는 “트로트 가수 활동은 뮤지컬 가수라는 오랜 꿈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뚝딱tv’ 캡쳐

뚝딱이는 ‘트롯깨비’가 되기 위해 가수 김연자에게 특별지도를 받기도 했다. 뚝딱이는 “트로트 가수 활동은 뮤지컬 가수라는 오랜 꿈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뚝딱tv’ 캡쳐

뚝딱이가 재조명된 건 지난해 9월 ‘이육대’(EBS육상대회)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면서다. 뚝딱이를 중심으로 생긴 캐릭터 간 위계는 충격과 신선함을 줬다. 뚝딱이는 7대 짜잔형에게 “1대 짜잔이는 나를 보면 90도로 인사했다”고 훈계하고, 펭수에겐 “겸상도 못하는 사이”라 말하는 등 선배의 권위를 보였다. 이 모습이 연습생 펭수와 대조되면서 시청자들은 ‘뚝딱이가 못 본 사이 꼰대가 되어버렸다’며 슬퍼했다. 그와 동시에 ‘다시 만나 반갑다’는 반응도 쏟아졌다.

꼰대의 대명사로 오해받지만 뚝딱이는 자신이 ‘낀 세대’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는 “어느새 선배가 되긴 했지만 윗사람들 눈치도 보이고, 솔직히 후배들도 어렵다”며 “펭수가 김명중 사장님의 이름을 편하게 부르더라.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안된다. 당당함이 부럽기도 하고, 저럴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뚝딱이의 고충은 유튜브 영상에서도 나타난다. 입사동기인 성기호 콘텐츠사업본부장 앞에서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후배가 점심시간 뚝딱이를 피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공개된 ‘이육대’(EBS육상대회) 영상에서 뚝딱이는 7대 짜잔형에게 “1대 짜잔이는 나를 보면 90도로 인사했다”고 말하는 등 선배의 권위를 보였고, 시청자들은 “뚝딱이가 꼰대가 됐다”며 슬퍼했다. 유튜브 ‘자이언트 펭TV’캡쳐

지난해 9월 공개된 ‘이육대’(EBS육상대회) 영상에서 뚝딱이는 7대 짜잔형에게 “1대 짜잔이는 나를 보면 90도로 인사했다”고 말하는 등 선배의 권위를 보였고, 시청자들은 “뚝딱이가 꼰대가 됐다”며 슬퍼했다. 유튜브 ‘자이언트 펭TV’캡쳐

뚝딱이는 김명중 EBS 사장의 이름을 거리낌 없이 부르는 후배 펭수(오른쪽)를 보며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안된다. 당당함이 부럽기도 하고, 저럴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튜브 ‘뚝딱tv’ 캡쳐

뚝딱이는 김명중 EBS 사장의 이름을 거리낌 없이 부르는 후배 펭수(오른쪽)를 보며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안된다. 당당함이 부럽기도 하고, 저럴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튜브 ‘뚝딱tv’ 캡쳐

뚝딱이는 선배 세대와의 공감대를 털어놨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상대방에게 억지로 주입시키고 자기 의견을 강요하는 사람은 꼰대가 맞다”면서도 “그렇다고 후배에게 반말을 한다고 다 꼰대는 아니다. 후배들의 고민상담도 열심히 하고, 얘기도 많이 들어주려 하는 건 선배의 역할이다. 무조건 꼰대로 몰기보단 이해관계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는 소통으로 해결할 수 있다 본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메인 캐릭터 자리를 내어주긴 했지만 <딩동댕 유치원> <모여라 딩동댕> 등 유아 프로그램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소화했다. 그는 가장 인상깊었던 댓글로 ‘뚝딱이를 잊은 EBS에 미래는 없다’를 꼽으며 이렇게 말했다. “다들 뭐하고 지냈냐 하는데 전 충분히 재밌게 지냈어요. 제 자리에서, 인생의 주인공으로요. 뿡뿡이·짜짠이 같은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에도 힘을 썼죠. 잠깐 후배들이 부러웠을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인기란 건 다시 올라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뚝딱이와 뚝딱이 아빠(코미디언 김종석)가 함께 출연하던 EBS <딩동댕 유치원> ‘뚝딱이네 집’은 1996년 5월부터 2007년 9월까지 방영됐다. 아빠와 함께 살던 뚝딱이는 최근 독립을 선언하고 자취를 시작했다. EBS 제공

뚝딱이와 뚝딱이 아빠(코미디언 김종석)가 함께 출연하던 EBS <딩동댕 유치원> ‘뚝딱이네 집’은 1996년 5월부터 2007년 9월까지 방영됐다. 아빠와 함께 살던 뚝딱이는 최근 독립을 선언하고 자취를 시작했다. EBS 제공

뚝딱이는 1994년 EBS <딩동댕 유치원> 메인 캐릭터로 입사한 이후 역할의 크기를 가리지 않고 쉼없이 일했다. <딩동댕 유치원> ‘뚝딱이네 집’을 시작으로 ‘뚝딱이와 친구들’, ‘뚝딱이와 이야기 속으로’ 등에 출연했다. EBS 제공

뚝딱이는 1994년 EBS <딩동댕 유치원> 메인 캐릭터로 입사한 이후 역할의 크기를 가리지 않고 쉼없이 일했다. <딩동댕 유치원> ‘뚝딱이네 집’을 시작으로 ‘뚝딱이와 친구들’, ‘뚝딱이와 이야기 속으로’ 등에 출연했다. EBS 제공

“뚝딱이를 보며 요즘 위로받는 기분을 느낀다”는 7년차 직장인 김모씨(33)는 “처음엔 어릴 때 보고 자란 캐릭터라 관심을 가졌는데, 요즘은 같이 고생하는 직장인 뚝딱이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뚝딱이는 자신을 응원하는 뚝년배들을 향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할테니 나를 보고 기죽지 말라”고 강조했다. 얼마 전 직접 거리로 나가 뚝년배들을 만난 뚝딱이는 “업어키운 것이나 다름 없는 친구들이 어느새 어른이 돼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뚝딱이에게 최종 목표를 물었다. 뚝딱이는 “그런 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냥 현재 충실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뭐가 되겠죠. 큰 꿈은 없어요. 괜히 말도 안되는 꿈 만들어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고요. 꾸준히 노력하며 사는 제가 좋아요. 뚝년배들이 저를 보고 조금이라도 위로 받고 공감 받는 게 꿈이라면 꿈입니다. 뚝따라뚝딱~ 뚝딱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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