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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흠 가족회사, 10년간 실적의 86% ‘제한입찰’로 따냈다

2020.09.24 06:00

국토부 산하 수주 50건 중 42건, 2413억원 매출…일반 7건뿐

“공개 경쟁” 해명과 달라…진성준 “특정 기술 조건, 이해충돌”

박 의원, 국민의힘 자진 탈당 “무소속으로 진실 밝힐 것” 반박

가족 기업이 피감기관에서 수천억원대 특혜 수주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가족 기업이 피감기관에서 수천억원대 특혜 수주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피감기관들로부터 공사를 특혜 수주한 의혹을 받고 있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의 가족 회사가 지난 10년간 국토교통부 및 산하기관에서 경쟁업체가 상대적으로 적은 ‘제한입찰’로 따낸 공사 일감이 전체 실적의 8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경쟁 입찰이라 특혜는 없었다’는 해명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23일 의혹을 부인하며 탈당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박 의원 일가가 운영하는 혜영건설·파워개발·원하종합건설·원하레저·원화코퍼레이션 등 5개 업체는 최근 10년간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철도시설공단 등 공공기관에서 총 50건의 공사를 도급받았다. 수주 방식을 보면 ‘제한입찰’이 총 42건이었다. 제한입찰을 통해 올린 매출은 2413억원으로 10년간 총매출(2793억원)의 86%를 차지했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일반입찰’은 7건, 수의계약이 1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이 국토부를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한 2015년 4월 이후 5개 업체가 수주한 국토부 등의 관급공사는 총 25건이었다. 22건이 제한입찰이었다. 이 기간 제한입찰로 올린 매출은 총 571억원으로 전체 매출(773억원)의 73%를 차지했다.

이는 ‘공개경쟁을 통한 입찰로 수주받은 것이라 특혜는 없었다’던 박 의원의 해명 취지와 거리가 먼 대목이다. 제한입찰은 발주처가 입찰공고를 낼 때 입찰 참가자 자격을 제한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업체의 소재지나 특정 공사를 시공할 수 있는 면허 여부, 공사 실적, 발주처가 요구하는 특정 공법·기술 등을 참가조건으로 삼는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전체적으로 제한경쟁 입찰이 많이 활용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진 의원은 “박 의원은 전문건설협회장 등을 지내며 ‘입찰담합’을 주도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경쟁 무력화 여부를) 꼼꼼히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은 ‘제한입찰이라 해도 복수 참가자가 경쟁하는 것’이라고 해명할 수 있겠지만, 그는 국토위 재직 당시 ‘건설 신기술 활용’을 강조하면서 특정 신기술 특허를 가진 전문건설업체들에만 일감이 떨어지도록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 역할을 한 것”이라며 “명백한 이해충돌”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당적을 내려놓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다만 “부정청탁이나 이해충돌 행위는 없었다”며 “무소속으로 부당한 정치공세에 맞서 끝까지 진실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갑작스러운 탈당에는 지도부의 의중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해 조사에 나서겠다던 국민의힘은 박 의원 탈당으로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됐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반성도 사과도 없이 본인의 억울함만 토로하는 기자회견”이라며 “국민 앞에 사죄하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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