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신화 ‘흔들린다’

2001.02.01 19:16

미국 경제가 계속 하강국면을 보이면서 사상 최장기 경제호황의 일등공신으로 인정받아온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FRB가 지난 1월3일 전격적으로 연방기금 금리를 6.5%에서 0.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 추가로 같은 폭의 금리를 내렸지만 그린스펀 의장이 금리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J W 제네시스의 게리 칼트바움은 “이번 조치는 역사상 가장 사전에 많이 알려진 인하 폭”이라며 그린스펀의 ‘신통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심지어 폭스뉴스의 보수적 토크쇼 사회자인 오릴리는 “그린스펀이 재임 13년만에 처음으로 1개월 안에 1%포인트의 금리를 인하한 것은 자신의 경기판단 잘못을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증시는 지난달 31일 FRB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나스닥지수가 65.52포인트 내린 2772.73을 기록하는 등 그린스펀 약효가 먹혀들지 않았다. 월가는 0.7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기대했다.

그린스펀 신화에 대해 일부이긴 하지만 이처럼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FRB가 지난해 3·4분기 이후 경기둔화 현상이 가시화됐는 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 2·4분기에 5.6%를 기록한 이후 3·4분기 2.2%, 4·4분기는 5년반 만의 최저치인 1.4%로 나타났다. 올해 1·4분기는 제로(0)성장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소비자 신뢰지수의 경우에도 지난해 12월 128.6(1985년=100)에서 1월 114.4로 떨어져 90년 말 이후 최대의 전월 대비 하락폭을 보였다.

그린스펀은 99년 6월부터 2000년 5월까지 1년 동안 0.25%포인트씩 6차례 금리를 인상한 이후 지난 1월3일까지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하며 금리에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현재 관심사는 FRB가 앞으로 취할 조치와 함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감세안이 언제쯤 어떠한 모습으로 현실화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헨리 아론은 “대규모 감세안이 여름까지는 입법화되지 못할 것”이라고 점치면서 당장은 FRB의 금리인하 조치가 경기침체를 막는 유일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그린스펀이 3월, 5월, 6월, 8월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로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그렇게 되면 최저수준이었던 99년 6월 수준으로 돌아가게 된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상황에 따라 3월 이전에라도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90년대 초 금리인하 시기를 놓쳐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그린스펀이 신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한편 미국의 금리 추가인하로 국내의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에서는 호전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1일 “이번 조치에 따라 미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진정되면서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또 미국 경제 호전 기대로 외환시장에서의 불안감이 상당부분 해소되고 수출 및 직접투자를 통한 달러 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이승철특파원·문영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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