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대변인 ‘가벼운 입’ 소동

2002.03.01 19:37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입인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이 중동 유혈사태의 책임을 빌 클린턴 전대통령에게로 돌렸다가 클린턴 전대통령측이 강하게 반발하자 유감을 표시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빚었다.

소동은 플라이셔 대변인이 지난달 28일 아침 브리핑에서 클린턴 전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 않은 채 퇴임직전 “달을 쏘 듯” 무모하게 평화협상을 중재한 것이 2000년 9월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사태를 유발했다고 말한 데서 시작됐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이어 이날 낮 브리핑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중동평화 달성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한발짝 물러섰으나 여전히 자신의 아침 발언에 대해 번복할 뜻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논리는 중동사태가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데도 불구하고 클린턴 대통령의 밀어붙이기로 기대수준만 높아진 상태에서 협상이 실패하자 유혈사태가 격화됐다는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퇴임 6개월 전인 2000년 6월부터 당시 예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캠프 데이비드 산장으로 불러 함께 기숙하면서 평화안 합의를 중재했다.

이 발언에 대해 클린턴의 대변인 줄리아 페인은 “백악관 대변인이 책임을 전가해 한심하다”면서 “차라리 평화 과정을 원활히 하는 데 정력을 쏟는 게 좋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샌디 버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후임자인 콘돌리자 라이스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강하게 항의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콜린 파월 국무장관까지 진화에 나섰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이날 오후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자신의 언급은 “행정부나 대통령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잘못을 시인했다. 그는 폭력사태에 대해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은 “클린턴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미 대통령이 아니라 테러리스트들”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미국은 외교에 관한 한 전직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는 전통을 갖고 있다.

〈워싱턴/이승철특파원 ls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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