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실업 ‘우울한 노동절’

2003.09.01 18:38

미국 노동자들이 우울한 노동절(9월 첫째 월요일)을 보내고 있다.

경제지표는 나아지고 있지만 실업자의 사정은 나아질 조짐이 없다. 지난 7월 기준 미국의 실업자수는 1년 전에 비해 70만명이 늘어난 9백만명에 이르고 실업률은 불황기 수준인 6.2%에 달할 만큼 고용사정이 좋지 않다. 임금증가율 역시 유례 없이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는 지난달 31일 “노동절 휴일 바비큐 파티에는 (비싼) T본 스테이크가 아닌 (값싼) 프랑크소시지가 올라갈 것”이라며 어려운 가계 사정을 표현했다.

◇고실업·저임금 지속=각종 경기지표는 2001년 11월 이래 20개월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고용이 동반되지 않는 경기회복(Jobless recovery)이라는 점이다. 최근 3년간 2백7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경기가 상승반전한 2001년 11월 이후에도 1백만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실업자의 평균 실업기간 역시 19주로 20년래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갤럽 조사에 따르면 피조사자 중 81%가 괜찮은 일자리(quality job)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 조사를 실시한 최근 2년중 최고를 기록했다.

실제 지난해 6월까지 시간당 22달러를 받으며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했던 빅키 크리츠만(34)은 현재 콜로라도주 스프링스의 놀이공원에서 시급 7달러의 매점 관리자로 일하고 있지만 공원이 문닫는 올 겨울이면 실업자로 전락할 처지다. 크리츠만은 “현재 주택할부금융도 부모님이 대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학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공부했지만 아직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자동차 엔진 밸브를 생산하는 클리블랜드의 TRW공장에서 15개월 전 해고된 존 브라운도 1년이 넘도록 저임금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며 불평하고 있다.

◇실업문제 내년 대선 이슈=열악한 고용사정은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신규 일자리 창출에 있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허버트 후버 대통령(1929~33년 재임) 이후 최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경기회복 중 일자리 숫자가 줄어든 것은 대공황 이후 처음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대표적 노동단체인 AFL-CIO 역시 2004년 대선에서 부시 재선 반대를 위한 조합원들의 교육 및 동원에 4천만달러 이상을 투입, 이를 이슈화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경제 회복과 함께 고용 사정도 곧 개선될 것이라는 반론을 펴고 있다. 무엇보다 재선을 의식한 부시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연기자 lsy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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