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기획자’ 울포위츠 기로

2007.05.01 18:21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WB) 총재가 진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여자 친구에 대한 인사 및 승진 특혜 의혹으로 사퇴압력을 받아온 울포위츠 총재는 1일(현지시간) 세계은행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증언할 예정이다. 24개국 대표로 구성된 세계은행 집행위원회는 조사위의 보고를 토대로, ‘울포위츠 사태’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과 함께 ‘이라크전 기획자’로, 네오콘의 핵심인사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울포위츠 총재가 낙마할지는 현재로선 예측키 어렵다. 본인의 사퇴불가 입장이나 미국의 지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울포위츠가 조사위원회 출두 하루 전에 낸 성명서는 그의 운명을 점칠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울포위츠는 성명서에서 자신에 대한 의혹을 ‘인신공격’으로 규정하고 사퇴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스스로를 “총재로서 거둔 성과를 흠집내기 위해 잘못되고 오도된 정보를 계획적으로 누설한 데 따른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신공격에 대해)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포위츠의 이같은 강력한 발언은 그동안 자신에게 쏟아진 사퇴압력에 대해 “업무로 판단해 달라” “은행 관리를 개선하겠다”면서 사과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다. ‘진실게임’에서 코너에 몰린 그로서 할 수 있는 최강의 방어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는 “불공정하고 사실이 아닌 혐의들이 제거된 뒤에 내가 세계은행의 효과적인 총재인지, 아닌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사퇴 쪽에도 해석의 여지를 남겨놨다.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통신은 1일 그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사퇴의 전주곡’이라고 분석했다. 사퇴를 하더라도 인사권 남용 때문이 아니라 총재직 수행에 따른 것이라는, ‘명예퇴진’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다.

울포위츠 총재 사태는 겉으로는 ‘인사권 남용’과 ‘음모론’의 싸움이지만, 배경에는 세계은행 총재직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파워게임’이 자리하고 있다.

울포위츠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주로 유럽 국가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유럽 언론 쪽에서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다. 반대로 캐나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그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사임불가론을 폈다.

조사위의 조사 내용과 별개로 울포위츠 사퇴의 결정적인 변수는 부시 대통령의 입장이라 할 수 있다. 그가 부시 대통령에 의해 총재로 임명된 데다, 총재직은 미국의 몫이기 때문이다. 일단 울포위츠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지지는 확고하다. 그는 울포위츠의 사퇴론에 대해 “내 입장은 그가 남아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1일 진상위 청문회가) 공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자신과 함께 임기를 같이 하겠다고 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사임을 받아들인 전례가 있어, 울포위츠의 사임 가능성도 닫혀 있는 것만은 아니다.

울포위츠의 진퇴를 결정할 또 다른 변수는 그의 ‘버티기’로 인해 실추된 세계은행의 명성이다. 내부 직원들의 마음은 이미 울포위츠에게서 떠났다는 것이 언론들의 지적이다.

〈조찬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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