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진보 - 보수 ‘예산 전쟁’ 불붙었다

2009.03.01 22:59
박지희기자

“통과” “저지” 맞서…의보개혁 가장 첨예
오바마 “개혁 반대세력과 나도 싸울 것”

미국 진보·보수 진영이 명운을 건 ‘예산 전쟁’에 돌입했다. 30년간 이어진 ‘작은 정부’를 뒤집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2010 회계연도 예산안이 불을 붙였다. 진보 진영은 의회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보수 진영은 예산안 통과를 저지하거나 상당 부분 수정하기 위해 일전을 벌일 태세다. 특히 이번에는 대 의회 로비활동에 관한한 보수 쪽에 한 발짝 뒤져온 진보 진영이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 보도했다.

가장 첨예한 전선은 의료보험 개혁 분야다. 1993년 빌 클린턴 행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 보수파들의 대대적인 로비에 무릎 꿇은 분야이기도 하다. 당시 보수파는 대기업의 지원으로 라디오 광고, 케이블TV 뉴스 등을 통해 여론을 장악해 개혁을 무산시켰다. 이번에도 오바마 대통령의 예산안 발표 후 48시간도 지나지 않아 공화당 지도자들이 증세에 반발하는 석유·가스기업 경영진 등과 연합 행동을 모색하고 나섰다.

하지만 진보 쪽 역시 클린턴 행정부 당시 손놓고 있던 것과 달리 발빠르게 개혁 지원 행동에 돌입했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전국민 의료보험을 위해 진보적 시민단체가 모인 ‘의료보험을 위한 전국연합(NCHC)’은 상·하원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진보적 싱크탱크이자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인사들을 배출한 ‘미국진보센터(CAP)’는 TV 광고와 케이블 뉴스·언론 등의 전문가 인터뷰, e메일 캠페인 등을 계획하고 있다. ‘무브온’ 등 풀뿌리 시민단체와 ‘미국을 위한 미디어 운동’ 등은 물론 억만장자 투자가 조지 소로스, 할리우드 유명 프로듀서 스티브 빙 등 저명인사들도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대기업의 지원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전력회사 엑셀론과 식음료 소매체인 자이언트는 NCHC의 TV 광고, 인터넷 블로그 선전 등에 뜻을 함께하고 있다. 소매체인 월마트와 통신회사 AT&T의 경우 CAP가 주도한 ‘의료보험 개선행동’이라는 단체에 가입하기도 했다.

오바마 역시 이 같은 지지를 등에 업고 ‘개혁 반대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의료보험 등 과감한 개혁 조치들이) 옛날 방식으로 일하는 특정 이해집단이나 로비스트들에게 잘 맞지 않을 수 있고, 그들이 일전을 벌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음도 안다”며 “그들에 대한 나의 메시지 또한 ‘나도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질적이고 극적인 변화를 꾀하는 이번 예산은 워싱턴의 기성 정치에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지난해 11월 미국인들이 찬성한 바로 그 변화이며 나는 미국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위기 이후 차분하고 정제된 연설을 해온 그로서는 파격적일 만큼 강하고 직설적인 어투였다.

보수 쪽 역시 수백만달러를 쏟아붓는 대응 캠페인을 벌이면서도, 이전과는 다른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브라이언 존스 전 공화당 전국위원회 홍보국장은 “과거 민주당은 공화당처럼 바닥부터 단단한 결속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들도 집념과 체계를 갖춘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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