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 참사’ 미 사회 파장
12일(현지시간) 미국을 충격에 빠뜨린 올랜도 총기 난사는 미국 사회에 내재된 심각한 분열을 드러냈다. 이번 사건 밑에는 성소수자 문제, 총기규제, 테러리즘 등 미국에서 가장 논쟁이 뜨겁고 여론이 양극단으로 나뉘는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올랜도 사건이 일어난 6월은 1969년 동성애자들의 인권투쟁인 ‘스톤월 항쟁’ 이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성소수자들의 기념행사가 열리는 시기다. 더구나 6월은 지난해 미국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역사적 결정을 내린 달이기도 하다. 동시에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20대 오마르 마틴이 자행한 이번 총기사건은 라마단성월 기간과도 겹쳐 있다. ‘외로운 늑대’였던 마틴은 이슬람국가(IS)의 직접 지휘를 받지는 않았지만 영향을 받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가 사용한 AR-15은 최근 몇 년 새 벌어진 총기 참사에 단골로 등장한 반자동 소총으로 미국 총기 논란의 상징이다. CNN은 “이번 사건은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공포증)일까,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증)일까. 두 가지는 샴쌍둥이”라고 보도했다.
무슬림 이민자와 테러 대응을 두고 민주당과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이민자에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대테러전에서는 적극 개입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공화당 티파티, 도널드 트럼프 같은 보수파는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IS 격퇴 등 국제적 개입에는 소극적인 성향이 짙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참사 이후 총기규제를 강화하려 애를 썼지만 전미총기협회(NRA) 등 총기 옹호론자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됐다. NRA는 지난달 말 트럼프를 공개 지지했다. 그런데 미국 대선주자 중 가장 왼쪽에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총기 소유권리 자체는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여론도 이슬라모포비아나 테러 같은 변수에 따라 부침을 거듭한다. 갤럽에 따르면 총기규제 찬성 여론은 샌디훅 사건 때 58%로 올라갔다가 2014년 49%, 2015년 47%로 떨어졌다.
성소수자 문제는 이념보다 종교에 따라 지형이 갈린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성소수자들을 ‘죄인’이라 여기는 것과 보수 기독교인들이 성소수자들을 혐오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비슷하다. 올랜도 참사가 있던 12일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에서 성소수자 거리 축제에 총격을 하려던 남성은 이슬람과 관계없는 인디애나주 백인 남성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비극이 닥칠 때마다 미국인들이 분열되고” 있는 현상을 ‘뉴노멀’이라고 표현했다. 신문은 “이념적·당파적 분열이 심해지면서 원인과 해법을 제대로 찾는 것도 불가능해졌고 다음 비극이 빤히 보이는데도 상황은 뒤죽박죽이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