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올랜도 총기 테러

범인 ‘오마르 마틴’은 경찰 꿈꾸던 미국 이민 가정의 청년…범행 직전 “IS에 충성”

2016.06.13 22:50 입력 2016.06.13 23:33 수정

<b>처참한 총격 자국</b> 지난 12일(현지시간) 총기 난사로 범인을 포함해 50명이 사망한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위치한 펄스 나이트클럽의 부서진 외벽 근처에서 FBI 요원들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올랜도 | AFP연합뉴스

처참한 총격 자국 지난 12일(현지시간) 총기 난사로 범인을 포함해 50명이 사망한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위치한 펄스 나이트클럽의 부서진 외벽 근처에서 FBI 요원들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올랜도 | AFP연합뉴스

한때 경찰을 꿈꾸던 미국 이민 가정의 청년은 어떻게 자신을 포함해 50명을 살상하는 테러리스트가 됐을까.

미 연방수사국(FBI)은 9·11 이후 미국에서 일어난 최악의 테러로 기록된 플로리다주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난사를 ‘자생적 테러’로 보고, 이슬람국가(IS)와 연계돼 있는지 알아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까지 범인 오마르 마틴(29)이 독실한 무슬림이었다는 것, 동시에 동성애를 혐오했다는 것 외에 확인된 것은 없다.

그가 범행 직전 911 응급신고에 전화해 IS에 충성서약을 했다는 점으로 미뤄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뒤 IS의 선동에 영향을 받아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국토안보부 보고서를 인용, “용의자가 나이트클럽에서 다른 언어로 기도하는 것을 들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지금까지 조사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마틴은 1986년 뉴욕에서 아프가니스탄 이민자 부모의 자녀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다. 그가 다닌 플로리다주 포트피어스 이슬람사원의 이맘(이슬람 성직자) 샤피크 라흐만은 “어릴 적에는 경찰을 꿈꾸던 활기찬 소년이었는데 자라면서 다소 심각한 성격으로 변했다”며 “보디빌딩에 심취해 있었으며, 대량살상을 할 성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라흐만은 “마틴이 네댓 살 아들을 데리고 일주일에 서너번 모스크를 찾아 기도를 올렸다”고 밝혔다.

미국 올랜도 총기 난사 범인 오마르 마틴이 최근 마이스페이스에 올린 자신의 사진. 마이스페이스

미국 올랜도 총기 난사 범인 오마르 마틴이 최근 마이스페이스에 올린 자신의 사진. 마이스페이스

가족의 말은 달랐다. 마틴의 부모는 아들이 신앙심이 깊지 않았다고 했다. 2009년부터 2년간 함께 살았던 전처도 마틴이 그리 종교적인 사람은 아니었다며 “성격이 불안정했고 빨래 같은 사소한 이유로 폭력을 휘두르곤 했지만 테러를 저지를 사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마틴을 직설적이고 위협적인 사람으로 기억했다. 마틴은 2007년부터 최근까지 보안업체 G4S에 고용돼 청소년 교정시설 간수로 일했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유할 수 있었다. 마틴의 옛 직장동료는 이번 사건에 놀라지 않았다며 “마틴은 항상 사람을 죽이는 얘기만 했고, 인종차별·성차별적인 비방을 일삼았다”고 전했다. “그는 문제가 있었고, 늘 화가 나 있었으며, 모든 것을 불안해하며 흔들리고 있었다”고 했다. 전직 경찰인 이 동료는 회사에 마틴에 대해 조치하라고 강하게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마틴의 한 지인은 AP 인터뷰에서 “마틴이 평소 종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남들과 의견이 다르면 화를 냈다”고 말했다.

화를 잘 내고 성격이 불안정했다지만 그가 어떤 경로로, 왜 극단화됐는지는 알 수 없다. 이 정도 대규모 살상을 오로지 혼자 저지른 것인지, 주변에 극단주의자 그룹이 있었는지, IS와 어느 정도나 연결 혹은 동화돼 있었는지 아직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온라인매체 데일리비스트는 FBI가 몇 년 전 마틴을 요주의 인물로 보고 조사한 적이 있지만 테러조직과 연계된 증거가 없어 수사를 끝냈다고 보도했다. 플로리다 지역언론 팜비치포스트는 마틴이 시리아에서 2015년 자살폭탄 테러로 숨진 미국인 모너 아부살하와 관련이 있는지 FBI가 조사한 적 있다고 전했다.

올랜도에서는 6월 ‘동성애자 자부심의 달’을 맞아 행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날 참사가 일어난 펄스 나이트클럽에서는 ‘라틴의 밤’ 행사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에 특히 히스패닉 희생자가 많았다. 몇몇 피해자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밝히기 전 용기를 내기 위해 이날 처음 펄스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틴은 반자동 소총으로 클럽 입구의 보안경관과 총격을 벌이며 진입했다. 현장에 있던 롭 릭은 “용의자가 앞문으로 들어오자마자 총을 쐈고, 클럽 경비원이 일부 사람들을 데리고 뒷문으로 탈출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테러범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총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사살했다”고 당시의 참혹함을 전했다.

마틴은 경찰이 진입하기 전 3시간 동안 화장실이나 클럽 구석에 숨어 있던 사람들까지 찾아내 처형하듯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클럽 주차장에 있던 마틴의 밴에서는 폭발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

올랜도 경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마틴이 화장실에서 인질 4~5명을 방패 삼아 협상을 벌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협상하는 내내 마틴이 침착하고 차분했다고 전했다. 마틴은 경찰이 건물에 낸 구멍 밖으로 권총과 소총을 들고나와 경찰과 교전을 벌이다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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