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올랜도 총기 테러

IS 신병기는 ‘세뇌된 늑대들’

2016.06.13 22:53 입력 2016.06.13 23:48 수정

평범한 사람을 테러범으로…올랜도 참사로 부각된 ‘조종의 기술’

<b>오열</b>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의 희생자 가족들이 병원 입원 명단에 가족 이름이 없는 것을 보고 오열하고 있다. 부상자들이 입원한 올랜도 메디컬센터 인근에 게시된 명단에 이름이 없으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올랜도|AP연합뉴스

오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의 희생자 가족들이 병원 입원 명단에 가족 이름이 없는 것을 보고 오열하고 있다. 부상자들이 입원한 올랜도 메디컬센터 인근에 게시된 명단에 이름이 없으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올랜도|AP연합뉴스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13일(현지시간) 라디오 선전방송에서 “미국의 칼리프 전사가 공격을 수행했다”며 전날 일어난 미 플로리다주 올랜도 나이트클럽 공격을 치하했다.

미국에서 9·11테러 이후 일어난 최악의 테러인 올랜도 총기 난사는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자생적 극단주의자의 공격으로 추정되지만, 그 뒤에는 무슬림 청년들을 극단주의로 이끄는 IS의 선전술과 선동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구 사회 내부의 추종자들을 부추겨 민간인들을 공격하는 IS의 새로운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이자 증오 범죄”라 규정하면서 이슬람이나 IS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 4월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공격과 지난해 12월 샌버나디노 총격, 그리고 이번 사건은 이미 미국이 자생적 극단주의 테러의 위험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보여줬다.

올랜도 사건의 범인 오마르 마틴(29)은 극단주의자인 동시에 동성애자들을 혐오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중동·북아프리카의 IS 근거지를 방문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주의 조직에 가입했다는 증거도 없다. 그럼에도 그는 범행 직전 911에 전화를 걸어 IS에 ‘충성 맹세’를 했다. 마틴은 인질을 세워놓고 경찰과 협상하는 과정에서도 IS에 충성을 맹세했다고 올랜도 경찰이 밝혔다.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IS가 사회에 불만을 가진 이들에게 극단주의를 전파하기가 매우 쉬워졌다.

<b>희생자 마지막 문자 “엄마 사랑해요”</b><br />희생자 중 한 명인 에디 저스티스(30)가 공격을 받기 직전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가 공개됐다. “엄마, 사랑해요. 클럽에서 그들이 총을 쏘고 있어요. 화장실에 갇혀 있어요”라는 문자가 온 뒤 저스티스로부터 연락이 끊겼다.

희생자 마지막 문자 “엄마 사랑해요”
희생자 중 한 명인 에디 저스티스(30)가 공격을 받기 직전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가 공개됐다. “엄마, 사랑해요. 클럽에서 그들이 총을 쏘고 있어요. 화장실에 갇혀 있어요”라는 문자가 온 뒤 저스티스로부터 연락이 끊겼다.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지난 3월 브뤼셀 테러는 서구 한복판을 강타했고, 극장·공항 등 민간인들이 이용하는 ‘소프트타깃’이 대상이었다. 이는 올랜도 사건도 비슷하다.

그러나 차이도 크다. 유럽 두 도시의 테러는 IS 지도부가 지시했고, 주범들은 IS 근거지인 시리아에서 전투 기술과 폭탄제조법을 배웠으며 대량의 폭발물과 무기를 준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반면 보스턴과 샌버나디노, 올랜도의 범인들은 대학생, 공무원, 주부, 사설보안업체 직원 같은 평범한 이들이었다. 테러단체와 직접적인 연계가 없는 이런 이들을 부추기는 것이 IS의 진화된 수법이다. 테러 용의 선상에 오른 적 없고, 시리아를 드나든 적도 없어 수사기관의 눈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IS가 인력과 자원을 투입할 필요도 없다.

그러면서 IS는 외로운 늑대들에게 공개적인 충성 맹세를 요구한다. 샌버나디노 공격을 한 타쉬핀 말리크는 페이스북에, 마틴은 911에 IS 충성 맹세를 공표했다. IS는 범행 뒤 ‘우리 전사들 작품’이라 선언하기만 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세계의 추종자들에게 위력을 과시하고 추가 범죄를 선동할 수 있다. 시사주간 타임은 “이번 참사는 IS가 조직적 지원 없이 동조자들을 시켜 테러를 하게 한 뒤 책임을 주장하는 패턴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 올랜도 총기 테러]IS 신병기는 ‘세뇌된 늑대들’ 이미지 크게 보기

IS는 최근 이라크와 시리아 양쪽에서 정부군 공격을 받아 장악지역이 줄었다. ‘수도’격인 시리아 라카마저 빼앗길 판이다. 미군에 따르면 올 들어 IS에 가담하는 전투원은 매달 200명 수준으로, 2년 전의 10분의 1로 줄었다. IS가 본거지에서 궁지에 몰리고 있는 것도 자생적 테러를 독려하는 이유 중 하나다. IS의 대변인 아부 무하마드 알아다니는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을 앞두고 5월22일 영상메시지에서 “세계의 불신자들에게 ‘재난의 한 달’을 만들라”면서 “특히 유럽과 미국에 있는 전사들에게 이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사시설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갖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지만, 민간인들을 죽이는 것은 장려될 일”이라고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라마단 기간(6월6일~7월5일)에 민간인 살상을 일으키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이다.

동시에 게이 클럽 공격은 공항, 지하철역, 경기장 공격과는 또 다른 메시지를 던졌다. 동성애자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혐오하는 대상을 목표물로 삼았다는 점이다. 영국 가디언은 “IS가 잔인함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고 썼다. IS가 알카에다와 다른 점은 여성들을 성노예로 쓰고, 동성애자들을 잔혹하게 처형하는 식으로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부채질하고 무슬림들까지 살해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샌버나디노 총격을 “특효약이 없는 암”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자생적 공격을 막기 어렵다는 뜻이다. 단독으로 혹은 배우자나 형제 등 아주 가까운 사람들끼리 범행을 모의·실행하기 때문에 사전에 차단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슬람 공포증과 무슬림 차별이 심해지면서 수사당국이 무슬림공동체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