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각료회의, 낯뜨거운 ‘용비어천가’

2017.06.13 15:55 입력 2017.06.13 20:39 수정

“역대 최대 업적” 자화자찬에 장관들도 릴레이 ‘칭송’

매티스 국방장관만 동조 안 해…CNN “기이한 회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임 후 첫 전체 각료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의 왼쪽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오른쪽에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앉았다.  워싱턴 |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임 후 첫 전체 각료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의 왼쪽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오른쪽에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앉았다. 워싱턴 |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취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모든 장관이 참석하는 전체 각료회의를 열었다. 트럼프의 자화자찬과 각료들의 대통령 칭송이라는 낯 뜨거운 장면이 연출됐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 모두발언에서 “대공황에 대처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 등 몇몇을 빼면 역대로 우리가 한 것보다 더 많은 법안을 통과시키고 많은 일을 처리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대선 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내걸었는데 지금 우리가 그것을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주 안에 이슬람국가(IS) 격퇴 계획을 밝힐 기자회견을 열겠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마이크를 각료들에게 넘겼고 용비어천가가 이어졌다.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은 “당신의 의제와 미국인들을 위해 일할 기회와 축복을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당신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극찬했다. 톰 프라이스 보건장관은 “당신이 보여준 리더십과 나에게 준 특전에 대해 뭐라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만이 유일하게 트럼프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각료회의는 러시아 스캔들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내각을 다잡고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였다. 하지만 트럼프의 인식과 현실은 너무 다르다. 트럼프는 여러 행정명령을 쏟아냈지만 대선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핵심 법안은 하나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은 상원에서 막혀 있고, 감세 법안은 구체화되지도 못했다.

‘역대 최고’라는 자화자찬은 싸늘한 여론과도 대조된다. 퀴니피액대학의 이달 초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34%로 추락했고, 응답자의 40%가 4년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CNN은 “역대 가장 기이한 각료회의”라며 “트럼프가 제일 좋아하는 대화 주제는 도널드 트럼프”라고 비꼬았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 방해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로버트 뮬러 특검을 해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의 오랜 친구인 크리스토퍼 루디 뉴스맥스 최고경영자는 이날 PBS에 “트럼프가 특검 활동을 종료시키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측 제이 세큘로 변호사는 전날 ABC에서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하지 않을지를 예측할 수 없다”면서 해임 카드를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측근들은 오히려 역풍이 불 것이라며 특검 해임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수사하던 아치볼드 콕스 특검을 해임한 후 결국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정보공개청구법에 따라 트럼프 취임 이후 백악관 내 녹음테이프나 녹취록을 요청한 결과 백악관 비밀경호국으로부터 “요청에 부합하는 기록이 전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대화를 담은 테이프는 ‘사법방해’ 여부를 가릴 핵심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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