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노샤 간 트럼프 “차별 항의 시위는 테러”

2020.09.02 21:06 입력 2020.09.07 16:26 수정

희생자 가족 만나지 않고

주방위군 지휘센터 찾아

시위 비판…법과 질서 강조

LA선 경찰에 또 흑인 사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에 대한 경찰 총격 사건이 발생한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방문, 인종차별 항의 시위로 피해를 입었다는 상인들과 대화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커노샤 |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에 대한 경찰 총격 사건이 발생한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방문, 인종차별 항의 시위로 피해를 입었다는 상인들과 대화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커노샤 |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방문했다. 지난달 23일 경찰 총격으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크게 다친 후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격화한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문 일정 내내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시위와 시위대에 폭력성·불법성 이미지를 덧씌우려 했다. 보수 지지층 결집을 노린 전략으로 보이지만, “분열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발언들”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쯤 커노샤를 방문해 시위 도중 불탄 건물을 둘러보고 주방위군 임시 지휘센터를 찾았다. ‘법 집행 기관’인 법무부의 윌리엄 바 장관, 국토안보부 채드 울프 장관대행 등과 동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노샤 재건을 위해 연방정부가 4200만달러(약 498억원)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위기의 도시를 찾아 재건을 약속하는 지도자’란 이미지를 담은 사진과 영상이 곧 미국 국민들에게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커노샤 방문을 두고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고,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브리핑 중 관련 질문에 “대통령은 상처받은 미국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등장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매체들이 ‘트럼프 대통령 커노샤 전격 방문’을 주요 뉴스로 다루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인종차별 항의 시위와 시위대 비판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노샤 현지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도 “평화적인 시위가 아니라 국내 테러 행위”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찰의 과도한 폭력과 관련해 골프 칠 때의 상황과 비교하면서 “결정하는 데 4분의 1초밖에 없다”며 두둔했다. “헌신하는 경찰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썩은 사과가 있을 뿐”이라고도 했다.

블레이크나 블레이크 가족은 만나지 않았다. 데릭 존슨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회장은 이날 CNN에 “트럼프 대통령의 커노샤 방문은 재선을 위한 것일 뿐, 커노샤 내 통합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합’보다는 ‘분열’의 메시지를 택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이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보수성향의 폭스뉴스 로라 잉그러햄과의 인터뷰에서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대를 두고 “일부 매우 멍청한 부자들로부터 돈을 받은 이들”이라며 “어두운 그림자 속 사람들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위대의 배후 세력이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한 것이다. 커노샤 시위에서 총격을 가해 2명을 숨지게 한 백인 소년의 행위는 ‘정당방위’로 옹호하기도 했다.

전날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흑인 남성 디잔 키지(29)가 경찰이 쏜 총을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위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사건은 경찰 2명이 사우스로스앤젤레스역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키지를 교통법규 위반 혐의로 불러 세우려다가 벌어졌다. 키지는 경찰이 다가오자 자전거를 버리고 달아났고, 쫓아온 경찰 1명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키지는 꾸러미를 떨어뜨렸는데, 권총 1정이 발견됐다. 이에 경관 2명이 키지를 향해 총을 20발 이상 난사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경찰 과잉대응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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