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탄핵정국 ‘권력쟁탈전’비화

2001.05.01 18:42

인도네시아 국회가 지난달 30일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의 조달청 공금횡령 및 브루나이 국왕 기부금 증발의혹에 대해 2번째로 해명요구서를 발부, 집권 18개월째의 와히드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와히드는 향후 1개월 이내에 자신이 관련된 부정의혹에 대해 정치권을 설득시킬 수 있는 소명을 할 경우 의회의 탄핵 시도를 중단시킬 수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런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평가한다.

이에 대해 정치분석가들은 와히드의 부패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세력간 권력 쟁탈전 문제라고 성격을 규정짓고 있다.

와히드는 그러나 자신을 권좌에서 몰아내려는 국회의 거센 압박에도 불구하고 외형적으로는 동요하는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와히드는 국회가 해명요구서 발부를 위한 총회를 갖는 동안 대통령궁에서 ‘망중한’을 즐겼다.

그는 또 경제난과 치안불안, 국가분열 위기 등 산적한 국내 문제를 방치한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오는 14일 ‘경제협력 및 통상 증진을 위해’ 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와히드가 이같은 여유를 보인 데는 본인이 위기극복에 필요한 신통력을 보유한 것으로 믿기 때문이라는 해석마저 있다.

아울러 현재 와히드에 대한 내각의 지지도 겉으로는 단단해 보인다. 무하마드 마흐푸드 국방장관은 국회 총회가 개최된 지난달 30일 “모든 각료들은 정적의 거센 공격을 받고 있는 와히드 대통령에게 여전히 충성하고 있다. 대통령은 임기가 만료되는 2004년까지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와히드의 자진 사임 가능성에 대해 “악바르 탄중 국회의장과 아미엔 라이스 국민협의회 의장도 함께 퇴진해야 할 것”이라며 그의 정적들을 걸고 넘어졌다.

전문가들은 1년 이상 지속된 국회의 경고를 무시한 와히드의 유아독존적 태도가 결국 오늘의 정국긴장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진단한다. 의회는 오는 6월 그의 소명서 수락을 거부하고 공식적인 탄핵절차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에머슨 스탠퍼드대 교수의 말을 인용, 현재 와히드에 대한 반대가 최고조에 도달했으며 그에 대한 탄핵 및 축출이 곧 가시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인도네시아의 국가경제가 최근 악화되는 것도 와히드를 더욱 불리하게 몰아가고 있다. 루피아화의 값이 다시 급격히 떨어지고 인플레가 심화되는 등 수하르토 정권 말기의 경제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설원태기자 solw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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