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대 기관지 '북대청년'이 검열 때문에 못 실은 원고는?

2016.05.01 16:05 입력 2016.05.01 16:16 수정

베이징대 기관지인 ‘북대청년’이 검열 문제 등으로 실지 못했던 베이징대 심리치료 센터 관련자들의 모습                 사진 봉황망

베이징대 기관지인 ‘북대청년’이 검열 문제 등으로 실지 못했던 베이징대 심리치료 센터 관련자들의 모습 사진 봉황망

“오늘은 원고가 없어 발행하지 않습니다.”

중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베이징(北京)대 학생기관지인 ‘북대청년’(北大靑年)은 지난 27일 모바일메신저 웨이신 계정에 이런 공지문을 올렸다. 이 신문 기자들로 보이는 ‘싱훠(星火) 기자연맹’은 “두 편의 글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면서 검열 문제를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이들은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 대답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누구에게 이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인지가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갈수록 단체 간의 소통 부족을 많이 느낀다”며 “우리는 교내지로서 관료적 사고가 반영된 글을 쓰기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북대청년’은 1998년 10월 창간됐으며 베이징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선전부 산하 매체다. 이들이 당국의 검열과 관료적 행태에 항의의 뜻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대청년’이 발표하지 못했던 원고는?

기자들은 “진실을 말하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우리 자신에게 꼭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사실을 전하는 것이 진정 좋은 말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이례적 항거를 담은 글은 단숨에 10만 클릭수를 넘어서며 큰 관심을 모았다.

<북대청년> 기자들의 가슴을 끓어오르게 한 글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봉황망 등 현지 매체들은 30일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이는 원고 두 편을 공개했다. 한 편은 ‘당신이 모르는 심리상담센터’, 또 한 편은 베이징대학 내 엘리베이터 사고와 관련된 글이다. ‘당신이 모르는 심리상담센터’는 심리상담센터 부주임 쉬카이원(徐凱文) 인터뷰 등을 통해 대학 내 상담센터의 역할을 소개한다.

두 번째 원고는 지난달 17일 일어난 엘리베이터 사고를 통해 안전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한 학생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 하는데 승강기가 움직이지도 않고 어떤 버튼도 눌러지지 않았다는 것. 내부 모니터에는 물음표 두 개만 표시됐다. ‘북대청년’이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80% 가까운 학생이 매주 교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며 보통 주당 3.9~4.7회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기사 모두 얼핏 보면 학교 내 매체에 실릴만한 ‘평범한’ 내용들이다. 그런데 심리치료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학생들의 학업스트레스, 그리고 교내 안전문제를 지적한 점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북대청년’은 베이징대 엘리베이터 안전 문제 관련된 원고를 발표하려다 검열 등의 문제로 실지 못했다.     사진 봉황망

‘북대청년’은 베이징대 엘리베이터 안전 문제 관련된 원고를 발표하려다 검열 등의 문제로 실지 못했다. 사진 봉황망

■남방도시보 등 연이어 터져나오는 검열 문제

언론 보도, 인터넷 등을 강하게 통제하는 중국에서 최근 검열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앞서 진보 성향 일간지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의 한 기자는 16년간 일한 회사에 사표를 내면서 “사람이 나이가 드니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있는 것도 견딜 수가 없고, 이젠 자세를 좀 바꾸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언론정책에 항의해 제출한 사직서에 “더 이상 당신들의 성을 따를 수 없다(더 이상 같이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글이 써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인민일보, 신화통신, CCTV를 연달아 방문한 뒤 “언론매체는 반드시 공산당을 따라야 한다”며 언론 통제를 강화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라는 것이다. 현재 이 글은 웨이보에서 삭제됐고 영국 BBC방송과 미국 뉴욕타임스 중국어판 기사에만 남아 있다.

앞서 신화통신에서 근무 중이라고 밝힌 저우팡이 실명으로 당국의 인터넷 검열 등을 비판하는 공개 서한을 인터넷에 올려 당국이 급히 삭제한 일이 있었다. 경제주간지 차이신은 상하이차이징대학 장훙 교수가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언론 검열을 비판한 발언을 인터넷판에 올렸다가 검열 당국에 의해 삭제당하는 등 검열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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