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6에는 얼굴도 안 비친 시진핑…외교적 고립 자초 비판 고조

2021.11.02 14:11 입력 2021.11.02 15:26 수정

예정됐던 화상연설도 서면 대체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 ‘오명’에

무책임한 자세로 외교적 고립 자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중국정부망 캡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중국정부망 캡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시 주석은 당초 예상됐던 화상 연설도 하지 않은 채 짤막한 서면 인사말로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입장 표명을 갈음했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으로서 무책임한 자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막한 COP26 특별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이 서면 인사말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시 주석의 인사말은 중국어로 700자 안팎에 불과하다. 시 주석은 인사말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의 다자주의 원칙과 선진국의 개발도상국 지원, 과학 기술 혁신을 통한 녹색 발전 촉진 등 세 가지 제안을 했다.

시 주석은 인사말에서 “모든 당사국이 기후변화에 대항하기 위해 더 강력한 공동행동에 나서야 한다”면서 “선진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더 행해야 할 뿐 아니라 개도국이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세계 경제를 어떻게 회생시킬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가 당면한 시대적 과제”라며 “중국은 인간과 자연의 생명공동체 이념으로 생태 우선과 녹색 저탄소 발전의 길을 견지하고 녹색 저탄소 순환발전의 경제 체제 구축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중국의 진전된 약속은 없었다. 시 주석은 “지속적인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에너지 다소비·고배출 프로젝트의 맹목적인 발전을 결연히 억제할 것”이라며 “에너지, 산업, 건설, 교통 같은 핵심 분야와 석탄, 전기, 철강, 세멘트 등 중점 업종별 특별 이행계획이 계속 발표될 것”이라고만 밝혔다.

당장 미국은 중국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 주석은 COP26 회의에 앞서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화상으로만 참석했다. 게다가 G20 정상들은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대로 탄소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못박는 데도 실패했다. 탄소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설정한 대다수 주요 국가와 달리 중국은 10년 늦은 2060년을 목표 시점으로 삼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은 이날 “중국이 기후에 관한 부분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COP26 회의에 중국의 지도자급 인사가 참석하지 않는데, 중국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더 큰 목표를 설정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1년9개월 넘게 중국 밖으로 나가지 않은 시 주석이 장기집권을 위해 내부 문제에 집중하면서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월 미얀마 방문을 끝으로 현재까지 중국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정상간 대면 만남이 중단된 것은 물론이고 주요 다자회의 무대에도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이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시 주석이 내년 3연임을 위해 내부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시 주석에게는 당장 G20 정상회의나 COP26 회의 보다 장기집권의 중요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는 오는 8∼11일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 전회)에서 내부 단속을 꾀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시 주석이 다자무대에 설 경우 집중적인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포탄이 쏟아지는 전장에서 머리를 내밀지 않고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벙커심리(Bunker Mentality)’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3연임이 결정되는 내년 가을 당대회 이전에는 해외에 거의 나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학연구소 수석분석가인 헬레나 레가르다는 “외교적으로 대면 회담은 장애물을 극복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데 있어 매우 기본적”이라며 “시 주석의 여행 부족은 이런 기회를 없애거나 감소시킨다”고 NYT에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