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푸바오 움직임 하나에 관람객 탄성 “특별히 더 귀엽잖아요”

2024.06.12 17:54 입력 2024.06.16 17:30 수정

푸바오 언론·시민들에 첫 공개

시민들 수백명 줄 서서 기다려

“건강 양호하고 먹는 양 늘어”

중국 쓰촨성 청두시 워룽 중화 자이언트 판다원 선수핑 기지가 12일 푸바오를 대중에 공개했다.  베이징특파원 공동취재단

중국 쓰촨성 청두시 워룽 중화 자이언트 판다원 선수핑 기지가 12일 푸바오를 대중에 공개했다. 베이징특파원 공동취재단

“푸바오 봤어요?” “푸바오 어디 가야 볼 수 있어요?”

12일 중국 쓰촨성 청두시 워룽 중화 자이언트 판다원 선수핑 기지 관람객 사이에서 푸바오는 단연 화제였다. 곳곳에서 “푸바오”가 들렸다. 선수핑 기지는 이날 정오부터 푸바오를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했다. 지난 4월 3일 중국으로 반환된 지 두 달여 만이다.

선수핑 기지는 이날 사전예약한 999명에게만 입장을 허용했다. 기지가 워낙 넓어서 북적거린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푸바오 방사장 앞에만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 오전 9시39분쯤 취재진에게 먼저 공개된 푸바오는 실내 생활 공간에서 야외 방사장으로 걸어 나와 누워서 대나무 ‘먹방’을 선보였다. 표정은 밝았으며 몸의 흰 털 부분은 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식사를 마친 푸바오가 오후에는 내내 잠을 자 일반 관람객들은 푸바오 얼굴을 보기 위해 두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관람객들은 뙤약볕을 견디고 소나기를 맞으면서도 불평 없이 기다렸다.

12일 오후 중국 쓰촨 청두 워룽 중화 자이언트 판다원 선수핑 기지에서 이날 처음 공개된 푸바오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청두|박은하 베이징특파원

12일 오후 중국 쓰촨 청두 워룽 중화 자이언트 판다원 선수핑 기지에서 이날 처음 공개된 푸바오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청두|박은하 베이징특파원

오후 3시38분쯤 푸바오가 일어나자 앉아서 기다리던 관람객들이 탄성을 터뜨리면서 순식간에 일어섰고 일제히 휴대폰과 카메라를 높이 들었다. 푸바오가 등을 돌린 채 비몽사몽 앉아 있어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억지로 소리를 질러 깨우는 이는 없었다. 베이징에서 온 왕모씨는 “깨어있는 모습은 틱톡으로 봐야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중국 자이언트 판다 보호 연구센터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푸바오에게 부분적 탈모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건강하다고 밝혔다. 쉬샹 사육사는 “푸바오는 뒹굴며 노는 것을 좋아하고 목이나 엉덩이로 난간이나 벽을 문지르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부분에 털 색깔이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마의 점과 관련해서는 ‘미인점’이라며 “이 미인점은 푸바오가 케이지 적응훈련을 할 때 앉은 자세로 케이지 손잡이와 모서리에 기대고 자다가 생겼으며 격리 기간 동영상으로 푸바오 상황을 계속 기록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먹는 양도 적어 배변량이 줄었지만 현재는 안정적인 양을 기록하고 있다”며 “많은 판다들을 만나본 적이 없어 처음엔 좀 무서워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주변 판다와 소리를 내며 교감하는 등 판다 공동체에 융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핑 기지에는 푸바오를 돌보는 사육사 2명과 수의사 2명, 영양사 1명 등으로 구성된 전담팀이 꾸려져 있다.

중국 쓰촨성 청두시 워룽 중화 자이언트 판다원 선수핑 기지에서 12일 푸바오가 누워서 대나무를 먹고 있다. 베이징특파원 공동취재단

중국 쓰촨성 청두시 워룽 중화 자이언트 판다원 선수핑 기지에서 12일 푸바오가 누워서 대나무를 먹고 있다. 베이징특파원 공동취재단

푸바오가 색깔을 구분할 수 있다면 눈에 온통 녹색만 보일 것이다. 방사장 맞은편으로 대나무 숲이 있고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험준한 산맥이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다. 방사장에는 나무 10여 그루와 연못, 평상, 바위가 있었다. 바람이 불면 잎사귀끼리 만들어내는 소리가 났다. 쾌적하고 상쾌해 보였지만 사방이 트여 있어 관객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이는 점은 안타까웠다. 다만 내키면 아무 때나 실내사육장으로 들어가 쉴 수 있다. 기지의 다른 판다들도 사육장과 방사장을 오가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전반적으로 관람 매너가 좋았다. 대부분 판다가 오후에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에 바오리, 루이루이, 샤오치지 등 나무에 오르거나 활동하는 판다 사육장 앞에 사람들이 몰렸다. 숨죽여 소곤소곤 말했고 판다가 관람객을 향해 고개를 돌릴 때 아주 낮은 목소리로 감탄했다.

워룽 중화 자이언트판다 선수핑 기지 내 푸바오의 방사장. ‘판다유치원 2호관’이라고 불린다. 푸바오는 평상 위에서 자고 있다./청두|박은하 특파원

워룽 중화 자이언트판다 선수핑 기지 내 푸바오의 방사장. ‘판다유치원 2호관’이라고 불린다. 푸바오는 평상 위에서 자고 있다./청두|박은하 특파원

중국인들의 판다 사랑은 한국 ‘푸덕이’ 못지않다. 오래전부터 판다가 국보로 사랑받아온 만큼 팬층도 훨씬 넓고 두텁다. 이날 선수핑 기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관람객들이 판다 모양 가방, 가방 고리, 머리띠 등을 착용하고 왔다. 샤오치지 등 좋아하는 판다의 이름이나 사진이 인쇄된 티셔츠를 입고 온 이들도 있었다. 푸바오 팬들은 바오 가족 양산을 들고 온 이들이 많았다. “얘는 화화네요.” 서로의 판다 액세서리를 보고 어떤 판다를 본뜬 것인지 알아봤다.

푸바오 팬들은 한국에 대한 친근감도 드러냈다. “푸바오를 봤느냐”고 물으면 “한국인이냐? 이 사람도 푸바오 팬이다”라고 일행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12일 선수핑 기지 관람객 가운데는 판다 티셔츠를 입거나 부채, 가방고리 등 판다 액세서리를 들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청두|박은하 특파원

12일 선수핑 기지 관람객 가운데는 판다 티셔츠를 입거나 부채, 가방고리 등 판다 액세서리를 들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청두|박은하 특파원

자신을 ‘니쿠찬’이라는 별명으로 소개한 한 여성은 “네이버 바오가족 팬카페에도 가입돼 있다”며 “에버랜드에 가서 강바오(강철원 사육사), 송바오(송영관 사육사)와 사진도 찍었다”고 휴대폰 속 사진을 보여줬다. 한글로 ‘푸바오’라고 적힌 가방 고리도 갖고 있었다. 그는 많은 판다 가운데 푸바오를 좋아하는 이유로 “특별히 더 귀엽지 않느냐”며 “나도 푸바오가 잘 있는지 궁금해 허베이에서 왔다”고 말했다.

‘푸바오 학대 의혹’은 중국의 판다 팬들이 먼저 제기한 것이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심심찮게 판다 음모론이 올라온다. 지난달에는 중국 정부가 해외에 판다를 임대하는 이유는 외교적 목적이 아니라 해외에서 판다 생체실험을 하기 위해서라는 음모론이 돌기도 했다. 이는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인터넷의 이러한 분위기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반영하는 듯했다. 한국은 물론 중국 네티즌도 지켜보고 있어서 극단적 일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니쿠찬은 “선수핑 기지는 판다가 살기 좋은 기후환경이라고 하니까 안심한다”고 말했다.

12일 선수핑 기지에서 본 풍경.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청두|박은하

12일 선수핑 기지에서 본 풍경.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청두|박은하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인 쓰촨은 연중 기온이 온난하다. 여름철에는 중국의 화로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선수핑 기지는 해발 1700m 산속에 있어 서늘한 편이다. 이날 베이징 기온은 34도였지만 기지의 기온은 20도였다. 바람이 불면 제법 선선하고 상쾌했다.

청두 곳곳의 판다 기지들은 간혹 폭염이 심한 날은 판다들을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 사육장으로 들여보냈다고 공지한다. 에어컨을 틀며 멸종에 취약한 동물을 돌봐야 하는 현실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쓰촨 일대에만 있는 야생 판다는 도시화와 철도, 도로 건설로 서식지가 좁아지며 멸종 위기에 몰렸다. 중국 당국의 번식과 보호 노력으로 야생 판다 개체 수가 1800마리 이상으로 회복되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16년 판다를 멸종위기종이 아닌 취약위기종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른 대나무 서식지 감소가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다른 차원의 ‘푸바오’ 보호 노력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쿤밍 몬트리올 협약 의장국인 중국은 최근 쓰촨과 가까운 칭하이, 티베트 일대를 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르포] 푸바오 움직임 하나에 관람객 탄성 “특별히 더 귀엽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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