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로셰비치 ‘감싸기’

2000.10.01 19:04

2일 새벽을 기해 유고 야당이 벌일 총파업을 앞두고 긴장이 감도는 가운데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행보를 싸고 러시아·중국·이라크의 편들기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는 1일 “밀로세비치가 2억달러 비밀 계좌를 중국에 갖고 있다”며 중국행 망명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국가 예산에서 횡령한 자금을 지난 1990년대 초 전쟁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 계좌를 동결시킨 뒤 돈세탁을 거쳐 국외로 도피시켰다는 것이다.

밀로셰비치가 헝가리나 루마니아를 거쳐 러시아를 통해 베이징으로 향하는 도주 항로를 택한다면 러시아·중국 모두 협조할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유고의 든든한 후원역을 맡고 있는 러시아는 물론이고 외세의 내정개입에 민감한 중국으로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해석이다.

역사·문화·종교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는 뒤늦게 중재역을 자청하기는 했지만 “선거는 내정문제”라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유고 선거 직후 서방측은 일제히 밀로셰비치의 패배를 외치며 부정 행위를 성토한데 비해 누가 되든지 대(對)유고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촉구, 대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가 밀로셰비치를 옹호하는 데는 그가 주창해온 대(大)세르비아주의가 러시아의 전통적인 슬라브주의와 상통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러시아의 이같은 밀로셰비치 감싸기는 미국의 세계패권주의에 맞선 ‘다극화질서 구축’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한편 데일리 델레그래프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고위급 정보부 간부를 베오그라드에 급파했다고 한 서방 외교관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후세인의 장남 우다이의 측근인사로 알려진 밀사들은 걸프전과 반대파의 도전에도 불구, 권좌를 지킬 수 있었던 후세인의 ‘노하우’를 전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밀로셰비치와 같이 전범혐의를 받고 있는 후세인으로서는 ‘독재자의 동병상련’을 표현한 셈이다.

〈성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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