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세계화에 맞서 ‘글로벌 노조’ 생긴다

2007.01.01 17:38

다국적 기업 등 자본의 세계화에 맞서기 위해 국경을 초월한 초대형 국제 노동조합 출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각국마다 노조 가입률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대형 노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 같은 ‘노조 세계화’ 움직임이 향후 국제 노동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영국 언론들은 1일 영국 민간부문 최대 상급노조인 아미쿠스의 데릭 심슨 사무총장의 말을 인용해 아미쿠스와 독일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IG메탈), 미국 철강노조(USW)와 국제정비사노조(IAM)는 다국적 회사들의 인력 착취를 막기 위한 국제연대 협정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일요판 신문 옵서버는 이번주 안에 이 사실이 공식 발표될 예정이라면서 노조 지도자들은 이 같은 국제연대가 다국적 회사들에 대항하는 국제 ‘단일 노조’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간 더타임스는 이 같은 움직임은 각국에 있는 노조가 아닌 한 국가 안의 노조와 협상하려는 다국적 기업의 행태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미·독 3국의 4개 노조가 통합할 경우 아미쿠스 110만명, IG메탈 240만명, ISW 120만명, IAM 73만명 등 노조원 5백50만명의 대형 노조가 탄생하게 된다. 이들 노조의 별도 통합 움직임과 국제 연계를 감안하면 노조원수는 760만명으로 늘어난다.

아미쿠스의 데릭 심슨 사무총장은 “국경을 초월, 전지구적 자본주의 세력에 도전할 수 있는 강력한 단일 노조 창설이 우리의 목표”라며 “느슨한 연합체 형태의 다국적 노조 단체가 향후 10년 내에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슨 총장은 다국적 회사들이 나라별로 노동자들을 차별 대우하는 등 착취를 일삼고 있는 현실에 비춰 이 같은 국가간 노조 연대 협정 체결이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최상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아미쿠스와 IG메탈은 이미 통합을 위한 협정을 맺었다. 이는 앞서 2000년 켄 잭슨 당시 아미쿠스 사무총장과 클라우스 츠빅켈 당시 IG메탈 사무총장 사이의 통합논의가 실패한 점에 비춰보면 커다란 진전으로 볼 수 있다. 위르겐 페터스 IG메탈 사무총장은 “모든 경제가 보다 큰 이윤을 추구하는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협박 당하고 있다”면서 국제연대를 강조한 바 있다.

영국 안에서도 대형 노조간의 통합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아미쿠스와 노조원 80만명의 영국 운수·일반노조(T&G)는 오는 5월 통합을 위해 다음달 안에 통합을 위한 노조원 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일간 더타임스는 양 노조 지도부간에는 이미 통합에 합의한 상태로, 원유니언, 유니언@워크, 아미쿠스T&G 등 3가지 통합노조 명칭까지 제안한 상태라고 전했다. T&G 노조의 토니 우들리 사무총장도 “1국 1노조 시대는 갔다”면서 노조간 통합 움직임을 지지했다. 특히 T&G는 노조원 130만명을 거느린 미국서비스노조(SEIU)와 연계하고 있어 통합시 영향력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국내 통합 움직임에 대한 반발과 우려도 만만찮다. 더 타임스는 T&G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아미쿠스 좌파가 통합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노동당과 영국 최대 노조단체 영국노동조합회의(TUC) 등이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찬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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