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서방 ‘흑해’서 긴장 파고

2008.08.29 00:34
구정은기자 ttalgi21@kyunghyan

나토군함 항로이용 그루지야 지원
푸틴 “3주이상 머물면 곤란” 경고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의 대립이 카프카스 지역을 넘어 ‘흑해 갈등’으로 번지면서 흑해 연안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군함이 그루지야 지원을 이유로 흑해를 드나들자 러시아가 반발하고 나섰다. 친 서방 성향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해군의 주축인 흑해함대의 기지 사용료를 올리겠다며 크렘린을 자극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27일 “나토 군함들이 그루지야를 인도적으로 지원한다며 자꾸 드나드는 것을 우려한다”면서 “이런 상황은 역내 정세를 정상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총리 대변인은 1936년 흑해 연안국들이 맺은 몽트뢰 협정을 근거로 “연안국이 아닌 나라의 군용 선박은 3주 이상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러-서방 ‘흑해’서 긴장 파고

이날 미군은 구호물자 34t을 실은 군용선박 댈러스호를 흑해에 면한 그루지야 남서부의 바투미 항구에 들여보냈다. 당초 미군은 그루지야 최대 항구인 포티에 댈러스호를 정박시키려다 크렘린을 의식해 목적지를 바꿨다. 포티는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지가 있는 곳이다.

푸틴 측의 이날 발언은 흑해에서 러시아의 주도권에 도전하지 말라는 ‘경고’로 해석된다. 아나톨리 노고비친 러시아군 부합참의장도 모스크바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토군이 몽트뢰 조약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터키와 러시아 간 협정에 따라 흑해의 관문인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과하는 군용 선박은 모두 15일 전에 미리 통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토군은 27일 현재 흑해에서 군함 4척이 대 테러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회원국들이 개별적으로 보낸 군함이 몇 척이나 있는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흑해함대 기지 문제를 다시 들고나와 러시아와의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크리미아 반도 남부 세바스토폴에 있는 흑해함대 사령부 기지 사용료를 올리기 위해 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흑해에 30전함사단, 247잠수함대대, 41미사일함정여단, 68해안방위여단 등을 두고 있다. 흑해함대 사령부가 있는 세바스토폴에는 이와 별도로 대 잠수함 헬기연대, 혼성 공수연대 등이 배치돼 있다. 유셴코 정부는 2017년 끝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기지 사용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정작 우크라이나 내 자치공화국인 크리미아는 친 러시아계가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기지 문제에 대한 논란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압하지야는 “우리가 항구를 빌려주겠다”며 러시아 편을 들고 나섰다. 전날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승인받은 압하지야는 북부 수쿠미 항구를 러시아군에 내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압하지야의 이런 움직임은 독립을 용인하지 않고 있는 그루지야와의 대립을 더욱 격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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