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잔인한 8월’ 악연 우려

2009.08.01 17:08
연합뉴스

러시아가 올해에도 ‘잔인한 8월’이 재연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현지의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1일 보도했다.

구소련이 붕괴한 지난 1991년 이후 거의 매년 8월이면 어김없이 대형 악재가 터진 탓에 러시아 국민이 8월이면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다는 것.

러시아 국민의 뇌리에 가장 뚜렷이 기억되는 사건은 1991년 8월19일이다. 보수 강경 공산주의 세력이 이날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의 건강악화를 구실로 그를 크림 지방에 있는 별장에 연금하고 국가비상위원회를 인수하는 등 쿠데타를 시도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내분 와중에 보리스 옐친이 주도한 저항운동에 부딪쳐 쿠데타 시도는 사흘 만에 끝났다.

그러나 이 사건은 4개월 후 구소련 붕괴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이로 인해 구소련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격랑에 빠졌다.

이후에도 8월의 악몽은 재연돼 구소련 붕괴 후 초래된 경제 불안 탓에 1995년 8월 러시아의 단기 금융시장이 마비됐고, 이로 인한 자금 부족으로 28개 은행이 파산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1996년 8월에도 여객기가 대서양 상공에서 추락하면서 141명이 사망하는 악재가터졌고 1998년 8월에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이라는 떠올리기조차 싫은 악몽이 현실화되기도 했다. 당시 러시아 정부관리들은 돈을 빌리려고 외국을 동분서주했다.

악연은 1999년 8월에도 재연돼 체첸 반군이 다게스탄공화국을 공격하면서 2차 체첸 전쟁의 신호탄이 됐고, 2000년 8월 12일에는 핵잠수함 쿠르스크호가 바렌츠해에서 침몰해 118명이 사망하는 러시아 해군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기록됐다.

이어 2002년에는 흑해 연안 노보로시스크 홍수와 강풍으로 59명이 사망했고, 2003년에는 북오세티야 군사 병원이 자살 폭탄 공격을 당해 50명이 사망했다.

2004년에는 체첸 반군에 여객기 2대가 폭파되면서 90명이 숨졌고 2006년 8월 모스크바 한 야외 시장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 13명이 사망했고 같은 달 여객기가 우크라이나에서 추락해 170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에는 그루지야가 영토 통합을 이유로 남오세티야 자치공화국을 침공하자 러시아가 자국 국민 보호를 이유로 무력 개입하면서 그루지야와 5일간 전쟁을 치렀다.

이런 탓에 러시아 국민이 8월만 되면 또 대형 악재가 터지는 것 아닌가 긴장하면서, 아무 일 없기를 바라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 보인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