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는 샤일록 뺨치던 상인”

2013.04.01 22:08

영국 연구팀 논문서 주장

평생 작품만 위해 살았을 것 같은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사진)가 매점매석과 고리대금도 서슴지 않던 사업가였다는 연구가 나왔다.

영국 웨일스 애버리스트위스대학 연구팀은 “그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굶주린 시대에 곡물을 잔뜩 사들여 부를 이뤘던 인정없는 장사꾼의 면모도 알아야 한다”며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AP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셰익스피어는 샤일록 뺨치던 상인”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는 ‘작은 빙하기’로 불리던 때다. 추위와 폭우에 연이은 흉년으로 늘 식량이 부족했다. 연구팀이 조사한 법원·세금 기록을 보면 셰익스피어는 이 시기에 보리 등 곡물을 사뒀다가 값이 오르면 되파는 식으로 15년 이상 장사를 했다. 돈이 없어 식량 값을 치르지 못한 이들에게는 고리대금으로 이득을 얻었다. 이 때문에 1598년 그는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고, 매점매석 혐의로 기소도 당했다. 연구팀은 당시 시대상이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계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굶주린 로마를 그렸던 희곡 <코리올라누스>에는 식량 부족에 항의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1607년 실제로 일어난 농민 봉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늙은 왕과 세 딸의 이야기 <리어 왕>에도 기근 문제가 나온다.

이 대학에서 중세·르네상스 문학을 연구하는 제인 아처 부교수는 “극중 토지 분배가 어떻게 이뤄지고 식량 유통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섬세하게 묘사돼 있다”며 “사업가로서 셰익스피어의 행동이 예술가의 생각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볼 수 있지만 이는 그가 가족을 지켰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면모는 1616년 그가 죽고 난 뒤 세워진 동상에서도 나타난다. 동상은 원래 곡물자루를 쥐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18세기 ‘문인 셰익스피어’로 기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 의해 술 달린 방석에 깃 달린 펜을 쥐고 있는 작가다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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