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러에 상륙함 판매” 미 반대 속 강행

2014.06.06 22:41
구정은 기자

오바마·푸틴 각각 만나 ‘상륙함 러에 수출’ 표명

오바마, 계획 철회 요구

2011년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대통령은 러시아에 미스트랄급 상륙함 2척을 판매하기로 했다면서 “냉전이 끝났음을 상징하는 계약”이라고 말했다. 옛 소련이 무너진 이래 프랑스가 러시아에 주요 무기를 팔기로 계약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엘리제궁은 이 공적을 한껏 선전하며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자찬했다. 하지만 냉전 종식의 상징이 될 것이라던 무기계약은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이 불거진 지금 새로운 논란거리로 되돌아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 참석차 파리에 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예견됐던 대로 5일 ‘따로따로 만찬’을 했다. 한날 두 차례 저녁식사에서 불거져나온 것은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아니라 미국과 프랑스 사이의 이견이었다고 프랑스24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 다섯번째)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가운데),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오른쪽 다섯번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세번째) 등 각국 정상들이 6일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의 베누비유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바마와 푸틴은 우크라이나 사태 뒤 이날 처음으로 한자리에 섰으나, 양자 간 회동은 하지 않았다.  베누비유 | AF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 다섯번째)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가운데),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오른쪽 다섯번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세번째) 등 각국 정상들이 6일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의 베누비유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바마와 푸틴은 우크라이나 사태 뒤 이날 처음으로 한자리에 섰으나, 양자 간 회동은 하지 않았다. 베누비유 | AFP연합뉴스

<b>푸틴, 우크라 대통령 당선자 포로셴코와 첫 만남</b>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맨 오른쪽)이 6일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의 베누비유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에서 두번째),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당선자(맨 왼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베누비유 | AP연합뉴스

푸틴, 우크라 대통령 당선자 포로셴코와 첫 만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맨 오른쪽)이 6일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의 베누비유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에서 두번째),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당선자(맨 왼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베누비유 | AP연합뉴스

올랑드는 이날 저녁 파리 시내 레스토랑에서 오바마와 2시간 동안 ‘비공식적인 저녁식사’를 하며 우크라이나 사태와 시리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는 러시아에 상륙함을 팔겠다는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경고했다. 하지만 프랑스 측은 약 16억달러(약 1조6300억원)에 이르는 구축함 수출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또 국제 금수조치를 위반하고 이란, 쿠바, 수단과 거래한 프랑스 대형은행 BNP파리바 제재 문제를 꺼냈다. 미국은 이 은행에 100억달러가 넘는 벌금을 매길 계획인데, 프랑스는 이를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제재에 프랑스가 잇달아 구멍을 내자 미국은 격앙돼 있다. 지난달 29일 미 의회는 “이미 제작 중인 함정이 문제가 된다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러시아 대신 매입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며 프랑스에 상륙함 러시아 수출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프랑스가 수출 예정인 함정은 대형헬기 16척 이상을 실을 수 있는 상륙함으로, 미군 상륙함들에 비하면 규모가 작다. 하지만 러시아 흑해함대에는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흑해함대의 기존 함정들보다 고도로 자동화돼 있고, 운용시스템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러시아는 이 함정들의 도입에 맞춰 흑해함대 조직을 재편해야 한다. 상륙함 2척 중 ‘블라디보스토크호’라 이름 붙여진 1척은 올해 말 러시아에 인도된다. 러시아는 병력 400명을 프랑스로 보내 이달 말부터 새 상륙함 운용 훈련을 시킬 계획이다.

폴란드 등 동유럽국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상륙함들은 흑해에서 우리를 위협하는 데 쓰일 것”이라며 프랑스를 비난했다. 러시아는 내년 이후 인도될 예정인 상륙함에 최근 합병한 크림반도의 군사기지에서 따온 ‘세바스토폴’이라는 이름을 붙일 것으로 알려져, 주변국들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푸틴은 6일 노르망디 기념식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당선된 페트로 포로셴코와 15분간 만났다. 7일 취임하는 포로셴코와 푸틴이 대면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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