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폭스바겐

2015.12.27 21:48 입력 2015.12.27 21:55 수정
김유진 기자

배출가스 조작 ‘전방위 사기’ 독일차의 ‘신뢰’ 상처 입었다

전 세계에 1100만대 판매 리콜 땐 천문학적 액수 독일의 위기로까지 번져

도요타와 세계 1, 2위를 다투는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VW)은 올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환경 규제를 피하기 위해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를 조작한 사실이 발각돼 ‘폭스바겐 게이트’로까지 확산됐기 때문이다.

파문은 지난 9월 미 환경보호청(EPA)의 고발로 시작됐다. EPA는 폭스바겐에 2009년부터 6년간 미국에서 판매한 디젤차 48만여대의 리콜을 명령했다.

폭스바겐이 차량 검사 시 배기가스를 줄이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배출량을 속였다는 이유에서다. 조사를 맡은 웨스트버지니아대 연구팀은 주행 중에 기준치보다 10~40배나 많은 질소산화물을 내뿜는다고 밝혔다. 무려 180억달러(약 21조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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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은 하루가 멀다 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폭스바겐은 미국 외에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한 디젤차 약 1100만대도 배출가스를 조작했다고 시인했다. 문제 차량에는 폭스바겐 계열사인 아우디·스코다·포르셰·세아트 등도 포함됐다.

세계는 발칵 뒤집혔다. 독일은 물론 한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각국 정부가 공식 조사에 나섰다. 영국, 스위스, 네덜란드에서는 차량의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미국, 한국 등에서는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이 이어졌다.

폭스바겐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제기된 뒤 이틀 만에 시가총액에서 250억유로(약 33조원)가 증발했다. 2007년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해 승승장구하던 마르틴 빈터코른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차량 리콜과 수리, 벌금, 소송에 따른 보상 등에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독일어로 ‘국민차’를 의미하는 폭스바겐을 단숨에 무너뜨린 복병은 내부에 있었다.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눈속임’ 장치를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됐고, 상부에 배출가스 조작의 위험을 경고하는 보고서가 전달됐다는 사실이 속속 보도됐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CEO가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며 설정한 무리한 목표를 맞추다 보니 빚어진 불상사라는 증언도 나왔다. 디젤차뿐 아니라 휘발유 차량에서도 배출가스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사기극이자 도덕적 해이였다.

폭스바겐 게이트의 충격은 독일 경제와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반에까지 미쳤다. 1937년 설립된 폭스바겐은 히틀러의 나치 정권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오명을 극복하고, 전후 독일의 성장을 이끈 기업이다.

하지만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로 독일 경제의 최대 리스크가 되고 말았다. ‘친환경’ 이미지로 홍보해 온 디젤차의 위상 역시 크게 흔들렸다. BMW·마쓰다·메르세데스-벤츠 등 다른 브랜드의 디젤 차량도 유럽연합(EU)의 허용치를 훨씬 넘어서는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친화적이라는 이유로 디젤차에 보조금이나 세제혜택을 제공해 온 EU의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바닥까지 추락한 폭스바겐이 2010년 도요타 이후 업계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된 리콜 사태를 성공적으로 넘어설 수 있을까. 지난 10일 한스 디터 푀추 폭스바겐 이사회 의장은 이번 사태가 “하나의 실수가 아니라 일련의 오류”였다고 밝혔다. 2016년, 회생을 위한 뼈를 깎는 폭스바겐의 노력이 시험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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