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유고슬라비아 전쟁 갈등 불지피나...심상치않은 세르비아 움직임

2021.10.07 16:36 입력 2021.10.07 18:55 수정

코소보 평화유지군 소속 미군이 지난 2일(현지시간) 세르비아와 국경을 맞댄 코소보 북부 지역에서 순찰을 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코소보 평화유지군 소속 미군이 지난 2일(현지시간) 세르비아와 국경을 맞댄 코소보 북부 지역에서 순찰을 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약 30년 전 인종대학살을 자행했던 세르비아에서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 세르비아가 국방비를 대폭 늘리며 군사력을 강화한 데다 국경을 맞댄 앙숙 코소보와의 충돌도 잦아지면서다. 게다가 세르비아 내무장관이 유고슬라비아 지역의 세르비아계 단합을 주장하면서 주변국들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알자지라는 최근 세르비아 정부가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30년 전 인종대학살의 이데올로기가 다시 움트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최근 세르비아와 국경을 맞댄 코소보 공공기관 건물이 화재로 전소되는 등 갈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세르비아 정부가 주변국인 코소보, 보스니아 등에서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세르비아 정부는 올해 국방 예산을 15억달러(약 1조7800억원)까지 늘리며 군사력 증강에 힘을 쏟고 있다. 국방 예산은 2018년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 지난달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세르비아의 군사력이 몇 년 전보다 5배 강력해졌다”면서 앞으로 수개월 동안 더 군사력을 강화해 국민을 지킬 것이라고 연설했다. 부치치 정부 관리들은 주변국에 주둔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무력을 행사할 경우 세르비아군도 맞대응할 것이라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30년 전 유고슬라비아 전쟁 갈등 불지피나...심상치않은 세르비아 움직임

유럽의 화약고로 불리는 발칸반도에서 인종을 둘러싼 갈등은 수백년 간 이어지고 있다. 1398년 오스만 터키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세르비아는 속국으로 전락했고 코소보 지역에는 이슬람으로 개종한 알바니아인이 정착했다. 이후 다양한 민족과 국가가 혼재하던 상황에서 20세기 초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나치에 협조한 크로아티아계는 세르비아인 수십만명을 학살했다. 하지만 전후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결성되면서 세르비아계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대 세르비아’ 이데올로기가 고개를 들었다. 1990년대 유고 연방 해체와 함께 코소보는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가 수천명이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세르비아는 알바니아계 주민을 대학살했다.

코소보는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하지만 세르비아는 코소보를 세르비아의 한 자치주로 간주하고 코소보와의 국경도 임시 선으로 여긴다. 미국과 서유럽은 코소보를 독립국으로 인정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근 세르비아와 코소보는 서로 자국 국경을 넘을 때 5유로를 내고 임시 번호판을 달도록 하는 등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 대응을 하고 있다. 이후 코소보 공공기관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자 코소보는 배후를 세르비아로 지목하며 갈등을 키워오고 있다.

30년 전 유고슬라비아 전쟁 갈등 불지피나...심상치않은 세르비아 움직임

게다가 최근 세르비아 내부에서는 30년 전 인종갈등을 일으킨 ‘대 세르비아’ 이데올로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알렉산다르 벌린 세르비아 내무장관은 지난달 “이 시대 정치인들의 과제는 세르비아인들이 어디에 있든 단합할 수 있도록 ‘세르비아 세계’를 형성하는 것”이라면서 “세르비아 세계가 성공하려면 경제적 부흥은 물론 다른 곳에 사는 세르비아인을 보호할 수 있는 군대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부치치 대통령 또한 참석했다.

알자지라는 이 발언이 발칸반도의 세르비아계가 하나의 국가로 통합돼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주변국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세라 투르코비치 보스니아 외무장관은 “세르비아가 보스니아 일부를 세르비아에 합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유고슬라비아 전쟁 이후 맺은 평화협정을 파기하는 것”이라면서 “약 30년 전 침략과 대학살을 겪은 나라들에 불길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은 세르비아의 EU회원국 가입을 지렛대로 발칸반도에서 다시 무력을 행사하는 것을 저지하려 하지만 이미 부치치 대통령은 EU가입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세르비아가 러시아와 중국과 밀착하면서 EU와는 점차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오그라드대 안보정책센터의 마리자 이그냐티예비치 연구원은 “세르비아는 현재 외교적 이익을 계산해 국방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게다가 전국적으로 매일 군사 훈련과 퍼레이드가 미디어를 통해 방송되면서 정권은 애국심을 이용해 지지세력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