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 손사래 친 젤렌스키 “탄약 더 필요”…키예프 남아 ‘항전’ 선봉에

2022.02.27 21:34 입력 2022.02.27 23:24 수정

미국의 해외 도피 제안 거절

SNS에 “단결” 메시지 올려

대통령으로서 존재감 재평가

피란 손사래 친 젤렌스키 “탄약 더 필요”…키예프 남아 ‘항전’ 선봉에

“나는 여기 있다. 우린 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있는 조국을 지켜낼 것이다.”

러시아군의 총공세가 이어지던 지난 26일 새벽(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은 키예프 거리에서 찍은 30초가량의 영상 메시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대통령이 도망갔다는 러시아군의 ‘가짜뉴스’를 반박하기 위해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수도를 끝까지 지킬 것임을 우크라이나 군과 시민 그리고 세계인에게 확인시켜줬다.

러시아의 대대적인 공세 속에서도 수도 키예프에 남아 항전을 이어가며 전 국민 단결의 구심이 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가 침공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대내외적 평가는 좋지 못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에 매달렸고, 외교·안보를 다루는 요직에 방송작가 등 전문성 없는 측근을 앉혀 문제가 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 같은 모습은 ‘코미디언 출신 정치인의 한계’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는 평범한 교사가 대통령이 돼 부패 정치인을 쓸어버린다는 내용의 인기 시트콤 <인민의 종>에서 대통령 역할을 맡으며 ‘국민 코미디언’으로 부상했다. 2019년 대선을 앞두고 느닷없이 ‘인민의종’이란 정당이 만들어지고 6개월 뒤 그가 후보로 출마했다.

당선 후 그의 대외정책은 급진적인 ‘친서방정책’으로 일관했으며, 대내적으로는 공영방송에서 러시아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우크라이나 동화주의’ 정책을 강화시켰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마다 TV 토크쇼 출연 등 ‘극장정치’로만 일관해 정치를 쇼로 전락시켰다는 점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치인으로서 보여준 큰 문제였다.

하지만 전쟁이 벌어지자 단점은 장점이 됐다. 의사소통력이 뛰어난 그의 연설은 우크라이나인들이 공포를 이겨내는 원동력이 됐다. 24일 러시아 침공 직전 러시아어로 전한 연설이 대표적이다. 그는 “당신들이 우리를 공격한다면 우리의 등이 아니라 얼굴을 보게 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당신들은 전쟁을 원하느냐”고 반문했다.

미국이 “당신은 러시아의 최우선 제거 대상”이라고 경고하며 해외 도피를 돕겠다고 제안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기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대피할 수단이 아닌 탄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국내외의 평가는 달라지고 있다. 정적인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도 “지금은 단결해야 할 때”라며 소총을 들고 최전방에 서서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 럿거스대학의 알렉산더 모틸 교수는 LA타임스 기고에서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의 조지 워싱턴 같은 인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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