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엄’은 보여줬지만…영연방과 군주제, 지속 가능할까

2022.09.20 21:55 입력 2022.09.20 23:11 수정

찰스 3세, 여론 지지 못 받아

상징적 구심점 역할에 의문

카리브해 국가들 중심으로

관계 재설정 움직임에 속도

<b>어깨 무거운 찰스 3세</b> 19일(현지시간) 치러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 뒤)이 운구되는 관의 뒤를 따라 걷고 있다. 런던 | AP연합뉴스

어깨 무거운 찰스 3세 19일(현지시간) 치러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 뒤)이 운구되는 관의 뒤를 따라 걷고 있다. 런던 | A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은 성대한 규모와 분 단위까지 계산된 치밀함으로 전 세계의 감탄을 자아냈다. 영국 왕실의 위엄이 한껏 드러난 ‘세기의 장례식’을 전 세계에서 40억명이 시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견고한 안정감으로 영국 왕실을 떠받쳐온 엘리자베스 2세의 부재로 영국 왕실과 영연방의 위상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도 기간 동안 유보됐던 군주제와 영연방의 미래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시드니 모닝헤럴드는 20일 사설을 통해 “이제 애도의 기간이 끝난 만큼 호주인들은 연방의 미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 군주는 정치적 실권이 거의 없지만 연합왕국과 영연방의 상징적 수장으로서 강력한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이코노미스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정치적 분열이 심화하는 영국에서 군주가 어떻게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지를 모범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여왕은 왕실 내부의 분란으로 ‘왕실 무용론’이 제기될 때 여왕 자신의 인기로 위기를 돌파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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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찰스 3세가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찰스 3세의 낮은 지지도가 걸림돌이다. 지난 5월 유고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찰스 3세에 대한 선호도는 19점으로 고인이 된 여왕(69점)에 한참 못 미쳤으며, 아들인 윌리엄 왕세자(59점)보다도 낮았다.

영국 언론들은 찰스 3세의 외도 등으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그의 첫 번째 부인 다이애나에 대한 왕실의 냉대를 기억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특히 비판 여론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왔던 여왕과 달리 찰스 3세가 왕세자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왔던 것도 위험요소로 꼽힌다. 찰스 3세가 각종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국정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비난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찰스 3세가 여왕만큼 영연방 국가들에 대한 장악력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영연방은 영국을 포함해 총 56개국으로 이곳에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25억명이 산다. 이 중 영국 이외에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14개국이 찰스 3세를 군주로 삼는다.

나머지 국가들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지만 1949년 런던 선언에 따라 과거 영국 식민지 국가들 간 협력기구의 일원으로서 영연방에 속해 있다.

여왕 서거 이전부터 카리브해 국가들을 중심으로 영국과 관계 재설정 움직임은 가속화됐다. 전 세계적으로 흑인 인권 운동이 확대된 데다 2018년 영국 이민당국이 영국령 서인도제도 출신 이주민들을 불법 이민자로 오인해 구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바베이도스는 2021년 영연방에서 탈퇴하고 국가 원수로 대통령을 선출했다. 앤티가 바부다 정부는 앞으로 수년 내로 군주제 폐지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벨리즈는 중앙아메리카 공화국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개헌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다만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주축 국가들은 영연방 탈퇴에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도미노 탈퇴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소국들은 영연방 소속으로서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점도 있기 때문에 영연방을 쉽게 떠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AFP통신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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