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병합 상징’인 크름대교 폭발, 러시아엔 “뼈아픈 타격”

2022.10.09 13:43 입력 2022.10.09 17:57 수정

크름대교 폭발 상황. AP연합뉴스

크름대교 폭발 상황.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지난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름대교(케르치해협 대교)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해 다리 일부가 붕괴했다. 전세가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바뀌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주요 보급로였던 크름대교의 붕괴는 러시아 측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7분쯤 크름대교를 지나던 트럭에 실린 폭탄이 폭발했다. 이로 인해 3명이 숨졌으며, 크름대교의 철도 통행 부분에서 석유를 싣고 크름반도로 향하던 유조차에도 불이 옮겨붙어 폭발해 다리 일부가 붕괴됐다. 이번 사고로 철도 교량은 수십 미터 구간의 구조물이 불탔지만 철도 자체는 붕괴하지 않았다. 하지만 폭발이 일어난 차량용 교량은 수십 미터 상판이 무너지는 등 크게 손상됐다. 사건 직후 차량과 철도 교통은 일시 중단됐지만 사고 당일 밤 러시아 교통부는 미손상 부분에서 교통이 재개됐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다리가 완전히 복구되는 데 2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병합 상징’인 크름대교 폭발, 러시아엔 “뼈아픈 타격”

크름대교는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를 잇는 핵심 보급로로서 러시아에 전술적, 경제적 가치가 매우 크다. 이번 폭발로 우크라이나 동·남부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교전 중인 러시아군이 보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뉴욕타임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합병을 선언한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에서 러시아군에 연료, 장비, 탄약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제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폭발사고 이후 크름반도에 식료품 구매 제한령을 내리기도 했다. 크름반도 행정부는 이날 사고가 터진 후 식량과 기본 생필품이 충분히 있다면서도 “시장의 인위적 혼란을 막기 위해 고객 1명당 3kg까지만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크름대교 폭발은 상징적인 측면에서도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크름대교는 러시아 내에서 우크라이나 병합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여겨져 왔으며, 푸틴 대통령도 크름대교 개통을 정치적 성과로 여러 번 자랑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8년 크름대교 개통식에서 직접 트럭을 몰아 다리를 건너면서 “여러 시대에 걸쳐 많은 이들이 이 다리의 건설을 꿈꿨다”며 개통의 역사적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폭발사고가 푸틴 대통령의 70번째 생일 바로 다음 날 벌어졌다는 점도 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냈을 거란 지적이다.

8일(현지시간)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름대교(케르치해협 대교)가 불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름대교(케르치해협 대교)가 불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의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제임스 닉시는 “이번 공격은 러시아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릴 것이며, 우크라이나의 사기는 더 올라갈 것”이라며 “러시아가 크름대교를 재건할 수는 있겠지만 전쟁에서 패배하는 와중에 이를 방어하기란 불가능하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트위터에 다리가 불타는 모습과 메릴린 먼로가 “대통령님,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노래하는 장면을 합성한 영상을 올렸다. 우크라이나 우정본부는 “크름대교, 정확하게는 크름대교였던 것의 기념우표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트위터에 파괴된 다리 사진과 함께 “크름대교는 시작일 뿐”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불법적인 모든 것은 파괴돼야 한다. (러시아가) 도둑질한 것은 모두 우크라이나에 반환되어야 하며, 러시아가 점령한 것은 모두 추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민간시설 파괴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권의 반응은 테러주의자로서 그들의 속성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러시아 공산당 당수인 겐나디 주가노프는 “테러 공격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크름반도 폭발 장면을 그린 그림 앞에서 한 남성이 활짝 웃으며 두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크름반도 폭발 장면을 그린 그림 앞에서 한 남성이 활짝 웃으며 두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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