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운명, ‘봄철 대반격’에 달렸다”···서방이 ‘한국 포탄’ 눈독 들이는 이유는

2023.04.25 16:43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육군 탄약공장에 155㎜ M795 곡사포탄이 쌓여 있다. 155㎜ 곡사포탄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가장 많이 지급된 군수품 가운데 하나다. 미국은 150만발 이상의 탄약을 지원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탄약이 부족하다며 추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육군 탄약공장에 155㎜ M795 곡사포탄이 쌓여 있다. 155㎜ 곡사포탄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가장 많이 지급된 군수품 가운데 하나다. 미국은 150만발 이상의 탄약을 지원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탄약이 부족하다며 추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임박한 ‘봄철 대반격’에서 승기를 잡지 못할 경우 서방의 지원이 약화하고 ‘휴전 협상’에 대한 압박이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이르면 다음달 러시아군에 ‘봄철 대반격’을 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3~4월쯤 우크라이나가 대대적인 반격을 시작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작전 시점이 늦어진 것이다.

구체적인 작전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반격은 주로 러시아에 병합된 크름(크림)반도 인근 아조우해에서 우크라이나 해안선을 따라 남부 지역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크라이나는 4월 들어 우크라이나와 크름반도를 잇는 요충지인 남부 멜리토폴의 핵심 보급선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최근엔 남부 헤르손 지역 요충지인 드니프로강 동쪽에 진지를 구축하는 등 우크라이나군이 남부에서 대반격을 시작하기 위한 교두보를 구축했다는 미 싱크탱크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러시아가 지난 주말부터 헤르손 점령지 주민들을 강제 대피시키고 있는 점도 대반격의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헤르손을 비롯한 남부 점령지 탈환은 우크라이나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다.

우크라, 남부서 대공세 조짐…“관건은 탄약”

다만 ‘대반격’의 성공 가능성을 두고 회의론도 제기된다. 최근 유출된 미 국방부 기밀문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에 필요한 병력과 탄약, 장비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현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에 나서더라도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수준의 영토 회복” 이상의 결과를 도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장기간 소모전으로 탄약과 병력을 대거 소진한 점은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근거로 꼽힌다. 미국은 전략적으로 크게 의미가 없는 지역인 바흐무트에서 탄약과 병력을 낭비하지 말 것을 우크라이나에 경고해 왔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대대적인 공세에도 9개월 가까이 이 지역을 사수해 왔다.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 제3돌격여단 소속 병사가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 제3돌격여단 소속 병사가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NYT는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현재 속도로 탄약을 소진한다면 앞으로 러시아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쓸 탄약마저도 고갈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면서 “서방 동맹국들의 탄약 재고가 부족하고 현재 국내 생산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서방이) 대규모 지원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이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지구 반 바퀴나 떨어진 한국의 탄약에 눈길을 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선에서 지구 반바퀴…서방이 ‘한국 포탄’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반도의 포탄 비축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이 기존 입장을 바꿔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처음 시사했고, 이는 포탄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모색해온 미국 정부에게 “반가운 소식”이라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남북한 대치 상황을 거론하며 “한반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두 개의 포병 부대가 있고,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수천개의 대포가 서로를 겨누고 있다”면서 미국과 러시아 모두 한반도의 포탄 비축량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무력 전문가인 주스트 올리에만은 최근 미 국방부 기밀문서에서 드러난 ‘한국 포탄 33만발 폴란드 우회 수출’ 방안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기다린 ‘봄철 대반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반대로 러시아 역시 북한의 포탄 비축량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제공이 전쟁 양상을 크게 바꾸지 않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무기 판매가 북한의 새로운 ‘돈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봄 대반격서 승기 잡지 못하면…미국, 우크라에 ‘휴전 협상’ 압박할까

앞으로 전쟁의 향방은 우크라이나군이 준비 중인 ‘봄철 대반격’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NYT는 “(봄철 대반격에서) 결정적인 승리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약화될 수 있으며, 이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평화회담에 돌입해야 한다는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도 조 바이든 정부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경우, 미국 정부가 강경파와 온건파 모두로부터 공격받는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봄 대반격에서 우크라이나의 승리가 임박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면,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이 유럽 동맹국 사이에서 “더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빼앗긴 동부와 남부의 점령지를 되찾을 때까지 ‘평화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크리비리공동묘지에서 전사한 우크라이나 병사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크리비리공동묘지에서 전사한 우크라이나 병사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영구적으로 전쟁을 중단하는 ‘평화 협상’이 아니라 추후 영토 회복이 가능한 ‘휴전 협상’을 우크라이나에 제시하자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휴전 협상을 수용하는 대가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과 같은 안전 보장, 유럽연합(EU)의 경제적 지원, 군사 원조 등 ‘유인책’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반격에 실패해 ‘휴전 협상’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도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해온 미 정부가 비판을 피할 수 없고, 이에 따라 동맹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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