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와 북한 사이의 협의가 불발되면서, 당초 27일 이뤄질 것을 알려졌던 김정남 시신 북한 인도가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현지 일간 중국보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 9명이 모두 안전하게 귀환하는 것을 조건으로 김정남의 시신을 북측에 넘기기로 합의했다고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날 “김정남의 시신이 화장돼 북측에 27일 유해가 인도될 것”이라고 썼다. 앞서 26일 김정남의 시신이 쿠알라룸푸르 국립병원 법의학연구소에서 반출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화장시설로 옮겨졌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북측 ‘특사’에게 시신 혹은 유해를 건넬 것이라던 예측과 달리 시신 인도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이 26일 쿠알라룸푸르 시내 대사관을 방문해 대사관에 은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정남 살해 용의자 현광성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 리지우 등 3명을 조사하면서 양국 간 물밑 합의가 타결된 것으로 보였으나 막판에 어긋난 것으로 보인다. 중국보는 현광성과 김욱일 등이 27일 밤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일정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국어 신문인 동방일보 등은 김정남의 시신이 이날 오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화물운송센터에서 대기하다가 이날 밤 다시 법의학연구소 영안실로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비운의 황태자’로 불렸던 김정남의 시신이 어디로 갈지는 아직도 불확실하다. 중국보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시신을 화장하지 않은 채 그대로 북측에 넘기기로 했다고 썼으나, 일본 아사히신문은 협의발표 방법 등을 둘러싸고 양국 간 절충이 이뤄지지 않아 이송이 일단 백지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보건부 당국자는 “시신 방부처리가 추가로 필요한지 부검의들이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위생문제 등으로 지연된 것일 수 있다. 더선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기술적인 문제로 시신을 옮기지 못했지만 29일에는 송환이 이뤄질 것 같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의 공식 발표가 지연되면서, 시신이 평양이 아닌 마카오로 갈 가능성에 대해서도 계속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일부 현지 언론들은 김한솔 등 유족이 사는 마카오로 갈 것이라고 엇갈린 보도를 했다.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시신이 가족에게 갈지, 북한 정부에 인도될 지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자히드 하미디 부총리는 당초 북한과의 협상 내용을 27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날 밤까지도 발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