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초등교과서

도래인 영향력, 임진왜란 피해도 삭제·축소···한국인 저항과 우호 새로 추가한 곳도

2023.03.29 12:14 입력 2023.03.29 23:52 수정

일본 초등학교 여러 교과서가 ‘도래인’ 부분을 삭제하거나 그 영향력·역할을 삭제 또는 축소 서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교과서는 임진왜란 때 조선 황폐화와 조선인 희생도 삭제했다. 2002 한일 월드컵을 두곤 양국 ‘우호’를 되살린 교과서도 나왔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9일 ‘일본 초등학교 검정교과서 내용 분석 전문가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재단 위가야 연구위원이 2019년과 2023년 교과서를 비교 분석했다. 위 연구위원의 분석 중 28일 주로 보도된 ‘독도’와 ‘강제 동원’ 부분 이외 교과서 서술 변화를 정리했다.

도래인 영향력 축소·삭제

도쿄서적은 2019년 교과서의 “요시노가리 유적에서는 도래인이 전했다고 생각되는”을 2023년 “요시노가리 유적에서는 대륙에서 전했다고 생각되는”으로 바꿨다. “각지의 왕과 호족들은 도래인의 기술과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나라의 기틀을 다지는 데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2019)에서 “도래인의”를 “대륙의”로 변경했다. 도래인은 한반도와 중국 대륙에서 일본 열도로 이주한 집단을 뜻한다.

위 연구위원은 “‘도래인’이란 표현을 ‘대륙’으로 수정한 것은 문화 전파에서 한반도의 영향력을 약화하려 한 서술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도래인’을 빼고 ‘대륙’을 추가한 도쿄서적 교과서 분석 내용.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도래인’을 빼고 ‘대륙’을 추가한 도쿄서적 교과서 분석 내용.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일본문교출판은 2019년 “야마토 조정은 도래인도 조정의 중요한 관직에 등용, 국내의 기술과 문화를 높여갔습니다”는 2023년에도 유지했으나 “소가씨처럼 도래인과 결합을 강화해, 커다란 힘을 갖는 호족도 나왔습니다”는 2023년 삭제했다. 2019년 ‘도래인이 전달한 새로운 토기’ 사진은 2023년에도 실었으나, ‘지금까지의 토기에 비해 단단하고 물도 잘 새지 않는 토기였습니다’는 설명은 뺐다.

위 연구위원은 서술 삭제를 두고 “일본 고대문화와 정치세력의 독자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의 하나로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관계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진행한 ‘2023 일본 소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 중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들은 “역사 부정을 부추기는 일본 정부의 교과서 기술 개입을 우려한다”며 “진정한 한·일 우호관계와 상생의 미래를 위해 일본 정부 교과서 개입 중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성동훈 기자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관계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진행한 ‘2023 일본 소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 중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들은 “역사 부정을 부추기는 일본 정부의 교과서 기술 개입을 우려한다”며 “진정한 한·일 우호관계와 상생의 미래를 위해 일본 정부 교과서 개입 중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성동훈 기자

교육출판은 “설계나 토목공사, 금속가공 등에는 고도의 기술을 가진 도래인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2019)를 “토목공사, 금속가공 등에는 중국이나 조선반도의 나라들로부터 이주한 도래인의 고도의 기술이 활용되었습니다”(2023)로 수정했다. 교육출판은 “도래인은 건축과 제련, 견직물 등 새로운 기술을 일본 각지에 전했습니다. 한자나 불교 등의 문화도 도래인에 의해 전해진 것입니다”는 ‘도래인의 활약’을 2023년에도 유지했으나, “조정에서 기록을 한다든지 외국으로 편지를 쓰는 등 중요한 업무를 하였습니다”는 삭제했다. 위 연구위원은 “도래인의 활동을 기술 전파에 한정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했다.

임진왜란 때 조선 황폐화 조선인 희생 서술도 없애

임진왜란 서술도 여러 부분을 삭제했다. 그중 하나가 조선의 피해다. 일본문교출판은 2019년 “히데요시가 조선에 병력을 보낸 결과, 조선의 국토가 황폐해지고, 많은 조선인들이 희생되었습니다”를 2023년 뺐다. “조선인들과 중국 원군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전쟁에 지친 다이묘들은 히데요시가 죽자 병력을 철수시켰습니다”(2019)를 “조선에서의 전쟁은 유리하게 진행되지 않아서 커다란 피해가 나올 뿐이었습니다. 이윽고 히데요시가 죽자 다이묘들은 병력을 철수시켰습니다”로 바꾸었다.

위 연구위원은 “(이런 서술을) 함께 읽으면 피해를 본 것이 조선인지 일본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 “3종(도쿄서적, 일본문교출판, 교육출판) 모두 ‘조선에 대군을 보낸’ 것으로 서술했는데, 침략전쟁 성격을 부정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도쿄서적은 연표에서는 ‘조선을 침략했다’고 서술했다”고 전했다.

조선 사람들 자긍심 상처 서술 삭제
‘대국에 승리했다’ 러일전쟁 일본 성과 강조
한국의 저항 운동을 새로 추가한 교과서도

위 연구위원은 러일전쟁도 “일본이 승리한 것이 구미제국 지배하에 있던 아시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독립에 대한 자각과 희망을 주었다고 서술하여 전쟁의 결과를 미화했다”고 말했다. 러일전쟁 승리를 두고 도쿄서적은 2019년 “유럽국가인 러시아에 승리”를 “대국인 러시아에 승리”로 수정했다. 위 위원은 “일본의 성과를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강제병합, 식민지지배, 독립운동도 여러 군데를 수정했다. 도쿄서적은 “조선의 역사는 가르치지 않고 사람들의 자긍심이 깊게 상처받게 되었습니다”(2019)를 “조선의 문화와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엄격하게 제한되었습니다”(2023)로 바꿨다.

일본문교출판은 조선의 저항 등을 추가 서술했다. “(러일전쟁 후 일본의 한국 지배 강화에) 한국에서는 일본의 지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각지에서 격렬한 저항운동을 일으켰습니다”는 서술을 2023년 교과서에 새로 써넣었다. ‘일본어로 수업을 듣는 조선의 아이들’에 관한 사진을 두고 2023년 “조선 독자의 교육을 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습니다”는 내용을 추가로 넣었다.

일본은 2017년 ‘학습지도요령 및 해설서’에서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두고는 “이 전쟁들로 전쟁터가 되었던 한반도 및 중국에 큰 손해를 끼쳤던 점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일본문교출판은 이 지도 요령의 취지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교과서 2019년 검정본과 2013년 검정본. 위가야 연구위원은 “도쿄서적과 교육출판은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내용을 서술하고 있으나학살 주체와 규모를 막연하게 서서술하여 사건의 성격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동북아역사재단 제공

일본 교과서 2019년 검정본과 2013년 검정본. 위가야 연구위원은 “도쿄서적과 교육출판은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내용을 서술하고 있으나학살 주체와 규모를 막연하게 서서술하여 사건의 성격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동북아역사재단 제공

일본문교출판은 2019년 관동대지진 한국인 학살 서술(“‘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고 있다’ 등의 잘못된 소문이 퍼져 많은 조선 사람들이 살해되는 사건도 일어났다”)을 2023년 교과서엔 삭제했다. 도쿄서적과 교육출판은 ‘근거 없는 소문’과 ‘조선인과 중국인 살해’ 부분을 2023년에도 유지했다. 위 위원은 일본문교출판의 삭제를 두고 “단, 해당 교과서의 편제 변경 및 서술 간략화 방침에 따른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일본문교출판, 한일월드컵 등 두고 ‘우호’를 새로 넣어

한일 우호 서술을 두고도 변화가 나타났다. 일본문교출판은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두고 “월드컵을 공동으로 개최하는 등 우호를 강화해 갔습니다”는 서술을 2023년 추가했다. 이 출판사는 조선 통신사 접대를 맡았던 아메노모리호슈의 역할을 두고 2023년 ‘조선과의 우호에 힘썼다’는 부분을 새로 넣었다.

위 연구위원은 “전체적인 내용은 2019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나, 특정 표현에 대한 수정이 눈에 띈다. 대체의 서술 기조는 초등학생 수준에서 필요 없는 지나치게 상세한 정보를 생략한 평이한 서술을 지향했다”고 총평했다. “다만, 이러한 서술 기조하에서 한일 우호 강화 관련 서술처럼 굳이 내용을 추가한 대목들을 주목하고, 그 이유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무엇을 삭제하고 무엇을 추가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면 해당 교과서 필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한일 교과서 집필자 회의 개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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