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지진 어린이 1만7천명 희생

2005.11.01 18:19

‘전체 사망자의 약 3분의 1, 전체 이재민·사상자의 절반.’ 그들은 바로 파키스탄 대지진의 최대 피해자인 어린이들이다. 전쟁이든, 자연재앙이든 최대 약자인 어린이가 항상 가장 큰 피해를 보지만 파키스탄 대지진의 어린이 피해 실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1일 유엔아동기금(UNICEF)에 따르면 파키스탄 지진으로 숨진 어린이는 파키스탄 정부가 밝힌 사망자 5만5천명의 3분의 1 수준인 1만7천여명이다. 어린이는 또 사상자·이재민 등 전체 피해자 2백만~3백만명 가운데 절반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UNICEF는 이 때문에 살아남은 사람에 대한 긴금구호자금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제2의 참사’가 우려된다고 지난 31일 경고했다.

앤 베너먼 UNICEF 총재는 이날 최대 지진피해 지역인 파키스탄령 무자파라바드를 방문한 뒤 기자회견에서 살아남은 어린이들이 지난해 말 남아시아의 쓰나미(지진해일) 피해 어린이들보다 더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너먼 총재는 “지진 발생지역 거주자의 절반 정도가 18세 이하 어린이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결국 사망자든 부상자든 피해자의 절반이 어린이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살아남은 어린이도 상당수 다쳤으며 친구들과 선생님 등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을 잃었다”면서 “어린이 피해자들에 대한 시의적절한 도움이 없다면 제2의 인명피해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UNICEF는 어린이 2만명이 부상이나 절단 등의 물리적인 고통을 겪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겨울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긴급구호자금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베너먼 총재는 “지진으로 병원이 파괴되고 의료진도 숨지거나 다쳤지만 유엔의 긴급구호자금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유엔이 확보한 긴급구호자금은 목표액 5억5천만달러의 3분의 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3억2천7백만달러다.

영국의 국제빈민구호단체인 옥스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대상으로 경제규모에 따라 할당한 구호자금을 모두 낸 나라는 스웨덴·노르웨이·아일랜드·룩셈부르크뿐이며, 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핀란드 등은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스러운 것은 어린이들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삶과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지진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는 교육체계가 재건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무자파라바드의 나롤 지역에서 지진 발생 이후 첫 천막학교가 개교했다. 이 학교에서는 지진 당일 여학생 84명과 교장을 포함한 교사 6명이 사망했다. 천막학교는 교육체계를 재건하기 위한 첫 조치다. UNICEF는 지진으로 파키스탄에서 학교 1만여개가 파괴되고 교사 수백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UNICEF 교육담당 할리다 아흐마드는 “칠판과 분필, 교사를 제공하는 것은 어린이들이 (지진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살아남은 교사도 부상을 당했거나 가족을 구호하는 데 정신을 쏟다보니 인원이 부족해 대학 졸업자나 학생들을 교사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UNICEF는 지진 피해지역 14만여명의 어린이 교육을 위해 1,740개의 교자재 세트와 책 10만권을 지원하고 있다.

〈조찬제기자 helpcho6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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