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의 아이들 “장래희망? 그때까지 살 수 있을까요?”

2014.08.03 21:40

미 ‘데일리비스트’ 르포… “교사 되고 싶지만,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전사가 될 것”

아이들은 자신들이 본 대로 자란다. 태어난 후 벌써 세 번째 전쟁을 겪고 있는 가자지구 아이들의 세상은 ‘싸움’과 ‘생존’으로만 이뤄져 있다. 미국 언론 ‘데일리비스트’ 기자인 제스 로젠펠드가 지난달 30일 가자시티 유엔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전했다.

<b>살아남은 소녀의 악몽</b>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응급대원이 2일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집이 무너져 부상을 입은 어린 소녀를 치료하고 있다. 라파 | 신화연합뉴스

살아남은 소녀의 악몽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응급대원이 2일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집이 무너져 부상을 입은 어린 소녀를 치료하고 있다. 라파 | 신화연합뉴스

로젠펠드가 학교에 들어서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며 놀던 꼬마들은 우르르 그의 주변에 몰려들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가자지구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외지인은 언제나 신기한 존재다.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미사일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막지는 못한다. 아이들은 로젠펠드가 입은 방탄모와 방탄 재킷을 만져보고 싶어서 아우성을 쳤다.

소녀 야스민 알아타르(10)는 로젠펠드를 하루 종일 졸졸 따라다녔다. 야스민의 가족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피해 가자 북부 베이트라히야에서 이곳으로 피란왔다. 야스민의 고모인 후라는 그의 아들(11)이 밤마다 폭격 소리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고 울부짖으며 떤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은 2008년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때 길거리에 널려 있는 시신들을 목격했을 당시 느낀 공포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로젠펠드는 야스민에게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었다. 야스민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글쎄요, 제가 그때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로젠펠드가 그래도 꿈을 대보라고 채근하자, 야스민은 ‘만약 살아남을 수 있다면’이란 단서를 달더니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의사 말고 기자가 되고 싶다”고 마음을 바꿨다.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야스민과 동갑내기 친척인 모하마드가 대화에 끼어들면서 “저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제가 다 자란 후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 저 역시 (하마스처럼) 싸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족을 지키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천진한 미소 뒤에 깊은 전쟁의 트라우마를 숨기고 있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이스라엘의 미사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는 존재를 꿈꾸며 자라고 있다. 의사, 기자, 하마스 전사. 로젠펠드는 “다음 세대 아이들이 반이스라엘 투사로 자라나는 것은 하마스의 프로파간다 때문이 아니다”라면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집을 폭격하는 이스라엘의 미사일로부터 가장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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