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상군 철수 시작… 외신들 “전투선 이겼어도 전쟁선 졌다”

2014.08.03 21:41 입력 2014.08.03 22:59 수정

휴전협상 대신 일방적 승리선언 할 듯… 하마스 “항전 계속”

민간인 희생에 국가 이미지 추락, 하마스엔 동정여론 커져

이스라엘이 2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지상군 병력을 철수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프로텍티브 에지’ 작전을 시작한 지 25일 만이다. 지상군 철수와는 별개로 무차별 공습을 계속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군사작전이 종료되는 대로 ‘일방적인’ 승리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제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전투’에선 이겼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전쟁’에선 패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마스를 초토화시켜 얻은 것보다는 ‘민간인 학살’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장기적 타격이 더 클 것이란 견해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이날 가자지구 안에 있던 지상군 병력 상당수를 이스라엘 영토 안의 접경지역으로 철수시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철군을 시작한 후에도 공습은 멈추지 않아 사상자는 계속 늘고 있다. 특히 3일에는 라파 지역의 유엔 학교가 또다시 폭격을 당해 최소 10명이 사망했다고 가자 보건당국이 밝혔다. 이날 현재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700명에 이르며 부상자도 9000명까지 늘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1일 이스라엘 병사 한 명이 하마스에 의해 납치됐다면서 잠정 휴전 합의를 깨고 사흘간 맹공격을 퍼부어 3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지만, “알고보니 병사는 납치된 것이 아니라 전투 중 사망했다”며 오판을 시인했다.

이스라엘군은 “땅굴이 모두 파괴될 때까지 군사작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공습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을 위해 대표단을 이집트 카이로로 파견했지만, 이스라엘은 끝내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군사작전을 종료하면, 가자지구 봉쇄 해제 등 하마스의 요구 사항들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이스라엘은 2008년 가자 침공 당시에도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한 후 철군한 바 있다.

그러나 외신들은 “이번 군사작전은 사실상 이스라엘의 패배”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민간 여성과 아이들이 희생당한 첫날부터 이미 이스라엘의 패배는 예견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이스라엘은 서구권의 ‘반이스라엘’ 정서 및 이스라엘 상품 불매운동이 거세지면서 정치·경제적으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라엘, 지상군 철수 시작… 외신들 “전투선 이겼어도 전쟁선 졌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이스라엘은 서구권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스라엘 농장(키부츠) 경험을 하는 것이 유행이 될 만큼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최근 몇 년간의 반복된 가자지구 민간인 학살로 인해 지난 6월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국가 이미지 순위가 러시아보다도 낮게 추락했다. 북한과 이란보다 겨우 한두 단계 위였다.

이스라엘인 사망자가 60여명에 이른 것도 하마스를 얕잡아 봤던 이스라엘로서는 예상치 못한 충격이다. 팔레스타인 희생자와 견주면 비교도 안되는 수준이지만, 2008년 가자 침공 당시 이스라엘 사망자(13명)에 비하면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으로 하마스는 오히려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가자 침공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마스는 이집트와 이란의 지원이 끊겨 사상 최약체 수준이었다”면서 “하지만 이스라엘의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 결과적으로 하마스에 대한 동정 여론을 부추기는 효과를 가져왔고, 대이스라엘 항전에 공감대를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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