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번엔 전범 혐의로 ICC 제소될 수 있을까

2014.08.05 21:36 입력 2014.08.06 13:12 수정

인권단체 자료 수집… 팔선 미·유럽 눈치와 ‘하마스 조사’ 부담

국제 인권단체들이 이스라엘을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데 필요한 자료 준비에 착수했다고 AP통신이 4일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민간인을 무차별 폭격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5일 현재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800여명, 부상자는 9000여명에 이른다.

팔레스타인 인권센터 활동가인 사브린은 “모스크, 대학, 가정집 등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민간인들이 숨진 현장을 정밀 조사하고 있다”면서 “ICC 제출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의 정확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이 일찌감치 이스라엘의 전범을 입증할 자료 확보에 나선 것은 2009년 가자 침공 당시의 학습 효과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당시에도 무차별 폭격으로 1400여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살상했다. 그중 대다수가 민간인이었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전범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조사단까지 꾸렸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박으로 보고서를 철회했다. 인권단체들은 2009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번에야말로 확실한 증거를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팔레스타인이 2012년 유엔으로부터 옵서버 국가로의 지위를 인정받은 것도 “이번엔 2009년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요소다. 이스라엘의 ICC 제소는 그동안 여러 차례 추진돼 왔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무산되곤 했다. 팔레스타인이 ICC 회원이 될 수 있는 ‘국가’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직권 상정만이 유일한 통로였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거부권이 걸림돌이었다. 이스라엘의 전범 혐의를 인정하면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나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까지 도마에 오를 가능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유엔으로부터 ‘국가’임을 인정받은 팔레스타인은 ICC 회원국이 될 자격을 갖췄다. ICC 회원국은 누구나 자국 영토에서 벌어진 전쟁범죄 사안을 ICC에 회부를 요구할 자격을 얻게 된다. 그러나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이 ICC 가입을 정식으로 요청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아바스 대통령이 ICC에 가입해 이스라엘을 정식으로 회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가디언은 “미국 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도 이스라엘을 ICC에 회부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바스가 미국, 유럽,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만드는 부담을 감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에 대한 전범 재판이 시작되면 하마스의 로켓 공격도 함께 조사를 받게 되는 것 역시 부담이다.

아직까지 ICC 회원국이 아닌 팔레스타인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이스라엘을 ICC에 제소하는 것 뿐이다. 팔레스타인의 리아드 말키 외무장관은 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할 때 전쟁범죄를 저지른 명백한 증거가 있다”며 이스라엘을 제소하는 방안을 시사했다. 그러나 ICC가 회원국이 아닌 제3자의 제소를 받아들여 정식 조사에 착수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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