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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종교경찰 권한 줄였다…매니큐어까지 단속 '무타와'가 뭐길래

2016.04.15 09:41 입력 2016.04.15 13:08 수정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13일(현지시간) 종교경찰인 ‘무타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무타와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가 잘 지켜지는지를 감시하는 조직으로 폭력·마약사범들도 체포하고 가둘 수 있어 경찰과 다름없는 권한을 행사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체포·구금 등을 임의로 할 수 없고 법을 어긴 자들을 발견하면 경찰과 단속반에 보고하게 했다. 2006년 내무부 장관 포고령으로 권한을 줄여 체포 후 경찰에 인도하는 데까지 허용했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이슬람주의를 무기로 권한을 휘두르던 무타와의 몰락은 사우디의 변화를 보여준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의 ‘선행 권장과 악행 방지를 위한 위원회’ 소속 종교경찰이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를 벗었다는 이유로 한 여성에게 매질을 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2001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의 ‘선행 권장과 악행 방지를 위한 위원회’ 소속 종교경찰이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를 벗었다는 이유로 한 여성에게 매질을 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지원자’라는 뜻인 무타와 인력은 3500명이 넘는다. 모든 공공장소에 상주하며 샤리아에 어긋나는 행위를 단속하고 교정하는 역할을 한다. 여성들의 옷차림을 지적하는 것부터 술과 돼지고기 판매·소비를 금지시키고, 기도 시간에 상점 문을 닫게 할 수도 있다. 이슬람에 반하는 서구 음악이나 영화 DVD를 압수할 수도 있으며, 동성애 행위나 매춘에 관련된 사람은 누구든 체포할 권한도 갖는다.

경찰과 비슷한 일을 하지만 경찰은 아니며 외양도 일반 시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머리에 엎은 흰 천 위에 검은 끈을 두르지 않는다는 것, 발목이 보이는 옷에 수염을 길게 기른다는 것 정도다. 왕국 건국을 도운 엄격한 이슬람주의 와하비 종파에 속해 있어 왕정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강경 보수파 준사법 종교조직이다. 와하비즘은 코란의 어떤 새로운 해석도 허용하지 않으며 그 자체를 믿고 따른다.

선행 권장과 악행 방지를 위한 위원회의 인장. 위키피디아

선행 권장과 악행 방지를 위한 위원회의 인장. 위키피디아

‘선행 권장과 악행 방지를 위한 위원회’라는 특수기관에 소속되어 있는 이들은 아랍어 명칭의 첫 글자를 따서 ‘하이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1940년 설립됐다. 과거 성문화된 법을 뛰어넘는 권력을 행사하는 종교경찰은 국민들에게 두려움과 존경을 동시에 받았다. 하지만 현재 그들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구시대적이고 경직된 샤리아를 들이대며 국민들의 사생활에 너무 많이 간섭하기 때문이다. 2012년 5월 수도 리야드의 한 쇼핑몰에서는 무타와가 매니큐어를 칠한 여성에게 나가라고 했다가 실랑이가 벌어졌다. 여성은 자신이 나가야 하는 이유를 말하라며 맞서는 모습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렸고, 무타와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무타와의 권위가 결정적으로 추락한 계기는 2002년 3월 메카의 한 여학교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이다. 꼭대기 층에서 일어난 화재는 당초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무타와가 교실에 들어와 대피하려는 학생들을 막았다. 의상을 율법에 맞게 입지 않았다는 것, 구조대원들과 여학생들의 신체 접촉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학생 15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치는 등 피해를 키웠다. 무타와에 대한 경외심은 곤두박질쳤고 5년 후 정부는 현행법을 준수하는 선에서 율법을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공표했다.

무타와의 추락한 권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도 있었다. 2013년 4월 리야드에서 연례행사인 최대 문화축제 자나드리야 행사장에 무타와가 난입해 이슬람에서 금지되는 음악을 끄라고 요구했다. 군인들이 무타와를 강제로 끌어내자 지켜보던 관중들은 환호했다. 이 영상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샤리아를 어긴 사람들에게 매질을 하고 발렌타인데이 선물을 금지시키는 등 시대착오적인 무타와의 행동은 이제 조롱의 대상이다. 또 코란만 외우면 누구나 무타와가 될 수 있어 권위도 없다. 형기를 줄이려고 코란만 외운 전과자들로 무타와를 채운다는 비난도 나온다.

사우디 외에도 무타와 같은 종교경찰 조직을 가진 나라들이 있다. 인도네시아 낭그로에·아체·다루살람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나이지리아 칸노주, 수단 수도 하르툼 등에서 종교경찰이 활동한다.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점령 지역마다 ‘히스바’라는 종교경찰 조직을 파견한다. 아프가니스탄은 1992년 ‘선행 권장과 악행 방지를 위한 위원회’를 설립했으며, 탈레반이 집권한 1996년부터 종교경찰 조직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탈레반이 축출된 이후 위원회와 경찰 조직은 효력을 상실했지만 2003년 대법원장이 위원회를 복권시켰다. 2006년 하미드 카르자이 정권은 하지(성지 메카순례)와 종교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 아래 이 위원회를 만드는 입법 초안을 제출했다. 당시 자유유럽방송은 현지 주민반응을 인용하며 뉴스를 접한 많은 아프간 국민들이 경계심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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