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기린의 죽음, 도마 위 오른 ‘트로피’ 사냥

2018.07.04 17:10

아프리카 기린의 죽음, 도마 위 오른 ‘트로피’ 사냥

짐바브웨 사자 세실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검은 기린. 미국의 ‘트로피 사냥’ 문화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인간의 재미를 위해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있는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남아공 온라인매체 아프리클랜드는 지난달 1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미국 백인 야만인이 아프리카에 와서 바보 같은 남아공 정부의 허가를 받고 아주 희귀한 검정 기린을 쏴죽였다. 그의 이름은 테스 톰프슨 탤리. 공유해달라.” 아프리클랜드는 선글라스를 끼고 총을 든 백인 여성이 기린 사체 앞에서 웃고있는 기념사진 2장을 함께 올렸다.

아프리클랜드의 트윗은 4일 현재까지 4만4000회 이상 공유됐다. 트윗이 확산되면서 탤리의 기린사냥에 대한 분노도 이어졌다. 영국 코미디언 리키 저베이스, 미국 배우 데브라 메싱 등 유명인사들이 여론을 주도했다. 이들은 원색적인 표현을 섞어 탤리를 비난했다.

아프리카 기린의 죽음, 도마 위 오른 ‘트로피’ 사냥

사진의 주인공 탤리는 미국 켄터키주 출신의 여성이다. 그는 지난해 6월 남아공을 방문해 기린을 사냥하고 사진을 찍었다. 켄터키 지역 일간 쿠리어저널 등 보도에 따르면 탤리는 사냥 직후 페이스북에 “평생 꿈꿨던 사냥에 성공했다. 이 보기 드문 검은색 기린을 발견하고 꽤 오래 추적했다”고 적었다. 쿠리어저널은 이후 논란이 일자 탤리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을 지웠다고 보도했다.

비난이 계속되자 탤리는 언론을 통해 반박 성명을 냈다. 그는 “내가 사냥한 기린은 희귀한 종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 색이 검어진 것 뿐”이라고 밝혔다. 탤리가 희귀한 기린을 사냥했다는 아프리클랜드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탤리는 이어 사냥이 오히려 야생동물 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사냥한 기린은 18세가 넘었다. 더이상 번식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이든 기린은 종종 어린 기린을 공격해 죽인다면서 “(내 사냥으로) 나이든 기린이 죽었기 때문에 어린 기린들도 번식할 수 있고 기린 개체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탤리와 같은 사냥 옹호론자들은 적절한 규제만 뒷받침 된다면 사냥이 오히려 야생동물 개체수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오래도록 주장해왔다. 미국 사냥동호단체 사파리클럽인터내셔널 대표 릭 파슨스는 “사냥과 관리는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핵심 개념”이라고 말했다. 동물학자 존 행크스도 이런 주장에 일부 동의했다. 그는 사냥에서 나오는 돈이 야생동물 보호 자금의 주요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행크스는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인 세계야생기금(WWF)의 아프리카 국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럼에도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재미로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마치 전리품을 얻은 것처럼 동물 사체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크다. 사냥이 야생동물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 저베이스는 “나는 자신들의 끔찍한 취미를 변호하는 트로피 사냥꾼들이 역겹다”고 반응했다.

탤리의 기린 사냥은 짐바브웨 사자 세실의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인 치과의사 월터 파머는 2015년 짐바브웨를 방문해 사자 세실을 사냥했다. 그는 세실을 서식지인 황게 국립공원 바깥으로 유도해 사냥했다. 세실이 짐바브웨의 상징과도 같은 ‘명물’이었던 탓에 논란과 분노가 특히 컸다. 파머는 짐바브웨의 허가도 얻었고, 전적으로 합법적인 사냥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재미를 위한 사냥 자체를 용납할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야생동물 사냥은 미국에서 정치적으로도 큰 논쟁거리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프리카 코끼리와 알래스카 곰 등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재미삼아 사냥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금지조치들을 연이어 해제했다. 사냥 찬반론자들은 그때마다 갑론을박을 벌였다.

트로피 사냥은 아프리카 각국의 거대한 수입원이기도 하다. 영국 가디언은 “남아공에서 사냥을 비롯한 야생동물 관련 경제규모는 연간 20억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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