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이란, 트럼프 ‘대화 제안’ 받아들이나

2018.08.01 21:10 입력 2018.08.01 22:07 수정

“미국 못 믿어” 강경 기조 속 최악 경제난에 체제 불안정

시민들 “대화 거부 미친 짓” 11월 2차 제재 전 움직일 듯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제든 조건 없는 만남’ 제안에 냉담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이란이 대화 이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오는 6일(현지시간) 재개되는 미국의 1차 경제제재를 앞두고 테헤란의 공포는 커지고 있다. 원유금수, 중앙은행 거래 금지 등을 포함하는 11월4일 2차 제재까지 가동되면 이란 경제는 궤멸적 타격을 입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신임 영국대사를 만나 이란 핵합의(JCPOA)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대화 제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미드 아부탈레비 대통령 고문은 “대화는 트럼프가 핵합의에 복귀한 다음에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상할 것 없는 반응이다. 불과 일주일 전, 로하니와 트럼프는 거친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의 대화 제안은 새롭지 않다. 이란 측 주장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로하니에게 8차례 만남을 요청했다. 트럼프는 지난 5월 핵합의 탈퇴 선언 때도 ‘진짜 합의’를 위한 대화는 언제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란은 두 번 모두 트럼프의 제안을 무시했다. 이번에도 아직은 반응이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리알화 환율은 지난달 29일 달러당 11만2000리알까지 치솟았다. 하루 만에 13.4% 올랐다.

실권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체제 불안정을 감수하고 강경노선을 고수할지에 대해선 의문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는 31일 테헤란 현지 분위기를 전하며 “일반 시민 다수는 트럼프와의 직접 대화를 문제 해결 통로로 생각한다”고 적었다. 테헤란 시민들은 이 신문에 “대화 거부는 미친 짓” “지도자들은 이 기회를 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11월 2차 제재가 다가오면 미국과 이란 사이 유의미한 움직임이 보일 수 있다. 2차 제재는 이란산 석유 수입,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를 금지한다. 금, 귀금속, 흑연, 석탄, 카펫 교역 등을 제한하는 1차 제재보다 강력하다. 경제·사회적 파국으로 이어질 위험이 작지 않다. 트럼프도 11월6일 중간선거 전까지 이란 문제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

바흐람 가세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회견에서 “미국이 이란을 적대하고 제재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대화는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를 두고 “미국이 정책과 태도를 바꾼다면 협상의 여지도 생긴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트럼프의 대화 제의 직후 CNBC 방송에 출연해 “이란이 자국민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고, 악의적 행동을 줄이며, 실질적 핵협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면” 정상회담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에도 대화를 위한 12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이란은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반응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건들을 바탕으로 입장차를 줄여나가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 등은 “미국과 이란 관리들의 비밀회담을 주재한 오만 외무장관이 오는 3일 테헤란까지 방문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만 외무장관 유수프 빈알라위는 지난달 27일 워싱턴을 방문해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을 만났다. 사흘 뒤에는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했다. 오만은 과거부터 이란과 미국 사이 통로 역할을 해왔다. 2013년 9월 시작한 핵협상 때도 오만은 양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이견을 중재하며 대화를 도왔다. 오만 등을 매개로 한 물밑협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더 많은 노력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사지 디애틀랜틱은 “미국은 레짐 체인지를 암시하는 언사부터 바꿔야 한다”고 적었다. 디애틀랜틱은 관계 개선을 위한 첫걸음으로 “강경매파 바깥에서 이란과 관계가 양호한 인물을 찾아 이란 특사로 지명하는 방안 등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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