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제작비 대신 열정으로 만든 '또 하나의 스타워즈'

2021.04.01 16:03 입력 2021.04.04 23:38 수정

영화 ‘또 하나의 스타워즈 이야기’ 중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영화 ‘또 하나의 스타워즈 이야기’ 중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휘황찬란한 빛을 내는 광선검, 우주 공간을 가르며 레이저 무기를 쏘아대는 우주 전함과 전투기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는 가상의 세계와 무기들을 실감나게 구현하기 위해 기록적인 제작비와 신기술, 첨단 장비 등을 동원해왔습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스타워즈 이야기’(Another Star Wars Story)는 꼭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2분58초 분량의 짧은 팬무비인 이 영화는 사막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 두 여자아이가 등장하며 시작합니다. 그들은 ‘다스베이더’처럼 생긴 악당과 조우하게 되고, 광선검 결투를 벌입니다. 악당의 ‘포스’ 공격에 주인공 중 한 명이 사라지지만 남은 한 명이 결투를 이어갑니다.

영화 ‘또 하나의 스타워즈 이야기’ 중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영화 ‘또 하나의 스타워즈 이야기’ 중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영화에 등장하는 광선검과 하늘에 떠 있는 ‘데스스타’는 물론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미래 도시와 우주선들도 그럴 듯해 보입니다. 다만 악당의 가면이 진짜 ‘다스베이더’보다 좀 귀엽고, 주인공의 튀는 ‘분홍색’ 부츠와 ‘분홍색’ 광선검이 살짝 이색적일 뿐입니다. 영화 중간에 삽입된 제작 후기에 따르면 주인공 배역을 맡은 여자아이는 “스타워즈 원작엔 분홍색 광선검은 없다”는 언니(?)의 만류에도 고집을 부려 ‘분홍색 광선검’을 관철시켰습니다.

이 영화는 나이지리아의 ‘The Critics’(비평가들)라는 제작사에서 만든 것입니다. CNN에 따르면 이 제작사는 나이지리아의 7살부터 27세 사이의 어린이와 청년들로 구성돼 있는데요. 모두 형제이거나 사촌 등의 친척 관계라고 합니다. 7~14살 아이들은 주로 영화의 배역을 맡고, 그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은 작가, 감독, 조명 감독, 음향 감독, 특수효과 담당자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제작사의 VFX(시각효과) 아티스트이자 편집자인 레이몬드 유세프(18)는 “우리들은 특수효과가 사용된 공상과학 영화 DVD를 수없이 서로 돌려보았고, 영화의 장면들을 따라해보고 싶었다”며 “집 주변을 돌며 찾은 포장지 등을 활용해 연기를 하곤 했다”고 했습니다.

The Critics 멤버들. 출처 CNN

The Critics 멤버들. 출처 CNN

그는 2015년부터 위키피디아나 유튜브 튜토리얼 영상 등을 보며 특수효과 영상을 제작하는 방법과 ‘그린스크린’을 이용해 사물을 다른 배경과 합치는 방법 등을 스스로 배웠다고 합니다. 카메라가 없어 자신의 삼성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촬영했고, 아버지가 가지고 있었던 낡은 노트북 컴퓨터를 물려받아 영상 편집에 사용했다고 합니다. 컴퓨터 그래픽 특수효과는 ‘블랜더’ 같은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만들어냈고요. 몇 달간 돈을 모아 ‘그린스크린’으로 사용할 녹색천도 구입했습니다.

영화 ‘chase’ 촬영 도중 녹색천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는 The Critics 스태프들

영화 ‘chase’ 촬영 도중 녹색천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는 The Critics 스태프들

이후 그들은 첫 영화 <Redemption>을 시작으로 로봇, 외계인, 초능력자 등을 주제로 한 공상과학 영화 20여편을 제작했습니다. 영화들은 한결같이 길이가 수 분 정도에 불과했는데요. 이유는 나이지리아의 전기 공급 사정이 좋지 않아 긴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나이지리아 카두나에서 영화 촬영 중인 The Critics 스태프들.  출저: The Critics

나이지리아 카두나에서 영화 촬영 중인 The Critics 스태프들. 출저: The Critics

그럼에도 그들의 영화는 아프리카 서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9년엔 프랭클린 레너드, 스콧 마이어스, 영화 <스타워즈: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등을 연출한 J.J.에이브람스 감독 등 할리우드 영화제작자들의 눈도 사로잡았습니다.

유세프는 당시 “레너드가 트위터를 통해 우리 영화를 칭찬한 뒤, 자신이 스타워즈를 감독한 에이브람스 등과 친구라며 영화 제작에 필요한 장비 목록을 알려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실제로 레너드와 에이브람스로부터 고사양의 노트북 컴퓨터와 모니터, 카메라와 지지대 등 많은 장비를 지원받기에 이릅니다.

에이브람스 감독 또한 지난해 9월 한 인터뷰에서 나이지리아의 제작사 ‘The Critics’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는 당시 그들에게 장비를 보낸 일화를 전하며 “그들의 놀라운 열정에 약간의 연료를 보탰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날리우드’라고도 불리는 나이지리아의 영화 산업 규모는 6억5800만 달러 규모에 달합니다. 사회 관습 등을 주제로 한 영화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젊은 제작자들을 중심으로 기존 장르의 틀을 깨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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