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노벨상, 품의없는 업적에 권위없는 상

2004.10.01 17:25

‘바닥에 떨어뜨린 음식을 5초 안에 주워먹으면 괜찮을까.’

지난 30일 발표된 제14회 ‘이그 노벨상’에서 미국의 한 고등학생이 이 연구로 공중위생부문을 수상했다.

노벨상을 풍자한 이그노벨상은 ‘할 수도 없고 다시 해서도 안 되는’ 기발한 연구와 업적에 대해 주는 상. ‘이그 노벨(Ig Nobel)’은 영어의 ‘이그노블’(ignoble·품위없는)을 뜻한다. 미 하버드 대학의 과학잡지(AIR)가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 제정, 매년 10월초 발표되는 노벨상에 앞서 10개 부문에 수여된다.

올해 수상자들은 무명의 과학자, 학생 등이 대부분이지만 거물급 인사도 있다. 우선 교황청이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성직자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서방권 교회들이 인도 성직자들을 대거 아웃소싱했다는 이유다.

세계적 음료회사 코카콜라는 화학상을 거머쥐었다. 코카콜라가 영국 템스 강물을 정수해 출시한 생수 ‘다사니’가 주인공. 코카콜라가 ‘3단계 필터와 역삼투압 기법을 거친 완벽한 물’이라고 주장한 다사니는 올해 초 수돗물을 거른 것인 데다 발암물질도 포함하고 있음이 알려졌다.

공학상과 평화상 수상자도 눈에 띈다. 평화상은 가라오케를 발명한 일본 드럼연주자 다이스케 이노우에에게 돌아갔다. 선정위원회에 따르면 사람들이 가라오케를 통해 서로에게 관대해지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프랭크 스미스와 아들 도널드는 자신이 개발한 ‘콤 오버’(벗겨지는 머리를 머리카락으로 덮는 것) 머리 스타일로 공학상을 탔다. 스미스 부자는 77년 이것으로 특허를 따냈다. 그외 문학상은 나체주의자에 관한 사료를 소장한 미국의 ‘나체주의자 연구도서관’에, 물리학상은 훌라후프의 역학을 연구한 마이클 터비에게 수여됐다.

이그노벨상 시상식에서는 전통적인 노벨상 시상식의 엄숙함은 찾아볼 수 없다. 상장에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바닥에 누워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수상자의 시상식 참가는 자비 부담이며 행여 수상소감이 길게 늘어지면 사람들은 “지루해”라며 연단을 향해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린다.

한편 노벨상은 오는 4일 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5일), 화학상(6일) 등이 연이어 발표된다.

〈이인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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