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명칭 수정에 ‘돼지’ 뺄까 말까

2009.05.01 18:18 입력 2009.05.02 00:12 수정

“그대로 사용” 만만찮아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돼지 인플루엔자(Swine flu)’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자 전문가들이 “과학적이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WHO와 FAO는 지난 30일 돼지 인플루엔자를 ‘신종인플루엔자 A(H1N1)’로 바꾼다고 밝혔다.

WHO 등 보건당국이 ‘돼지’를 뺀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신종인플루엔자 A(H1N1)’가 돼지에서 유전적으로 발병했다는 게 확인되지 않았으며, 돼지 접촉이나 돼지고기를 통해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돼지 인플루엔자가) 돼지에서 나왔다는 것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돼지’라는 표현을 뺀 건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두려워하는 데다 970억달러 규모의 양돈산업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 한국 등 다른 국가의 양돈농가들도 같은 이유로 ‘돼지’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돼지’라는 표현을 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컬럼비아 대학의 전산생물학 교수인 라울 라바단 박사는 “이 변형 바이러스는 8개의 유전자 절편(genetic segments) 가운데 6개 절편은 순수한 돼지 인플루엔자이고, 남은 두 절편 가운데 하나는 조류, 다른 하나는 인간 인플루엔자”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것이 유전적으로 대부분 돼지 바이러스에서 나왔다면 돼지 인플루엔자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미 멤피스에 있는 아동연구병원의 리처드 웨비는 “과학적으로 이것은 돼지 바이러스”라고 말했다. 웨비는 WHO의 협력센터로 조류나 동물들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생태학에 대해 연구하는 기관의 책임자다. 의학전문 뉴스사이트인 리콤비노믹스 대표 헨리 니만은 “이 바이러스는 돼지로부터 나온 인플루엔자이고, 다르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뉴질랜드는 돼지 인플루엔자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공중보건국의 마크 제이콥스 국장은 “보건부가 공식적인 문서 등에는 WHO가 요청한 용어를 사용하겠지만 시민들을 상대로 얘기할 때는 그들이 잘 알고 있고 쉽게 이해가 되는 용어를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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