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파키스탄 핵 ‘테러단체 유출’ 우려했다

2010.12.01 21:21

위키리크스 폭로 파장

파키스탄이 빠르게 보유 핵을 늘리면서 미국과 영국이 핵물질의 안전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테러단체에 핵무기가 유출되거나, 인도·파키스탄 간 핵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을 인용해 지난달 30일 뉴욕타임스와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두 나라 외교당국은 주로 2009년부터 작성된 전문에서 이같이 우려했다. 2009년 2월 앤 패터슨 파키스탄 주재 미 대사는 워싱턴에 보낸 전문에서 “우리의 주요 관심은 이슬람 무장세력이 온전한 핵무기를 훔치는 상황이 아니라, 파키스탄 핵시설에서 근무하는 정부 관계자가 핵무기 제작에 충분한 물질을 점진적으로 빼돌리는 것”이라고 적었다. 2008년 12월 미 정보당국이 전문으로 “현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은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빠른 속도로 보유 핵무기를 늘리고 있다”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보고하기도 했다. 패터슨 대사는 지난해 5월 파키스탄 측이 실험용 원자로에 몇 년째 보관 중인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에 인계하기로 한 약속을 “언론이 눈치채면 미국이 파키스탄의 핵무기를 가져가는 것으로 보도할 것”이라며 거부했다고 보고했다. 파키스탄의 국가적 자부심인 핵문제에 여타 국가가 개입하기가 까다로움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이 같은 위키리크스 폭로 내용에 대해 파키스탄 외무부 대변인은 1일 “파키스탄의 엄격한 관리 덕에 그간 어떤 핵물질 밀반출 사고도 일어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번 전문 공개에서는 대테러 동맹인 미국과 파키스탄 간 갈등도 그대로 드러났다. 파키스탄 주재 미 대사는 “어떤 거금을 미국이 제공하더라도” 파키스탄군이 이슬람 무장세력과 탈레반을 지지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고 워싱턴에 보고했다. “무장세력 지원을 대(對) 인도 안보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미 정부가 공군력이 없는 파키스탄에 탈레반에 대항하는 레이더와 철조망 설치 비용으로 각각 7000만달러와 260만달러를 지원했으나, 대부분 파키스탄 정부 예산으로 전용된 사실도 전문에서 확인됐다.

한편 미 정부의 남미 ‘좌파동맹’에 대한 불편함도 전문을 통해 드러났다. 2006년 1월 베네수엘라 주재 미 대사는 쿠바 정보원들이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직거래를 즐기고 있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차베스가 정보원들로부터 정보를 얻고 있으며, 쿠바 정보당국이 베네수엘라 요원 훈련에 참여하면서 미국의 국익에도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전 조사와 관련한 동맹국의 ‘편들기’도 이번 공개에 포함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 정부가 이라크전 관련 조사에서 후폭풍을 우려해 미국의 편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사실이 외교전문에 들어있다고 이날 전했다. 전문은 이라크전 관련 조사가 시작된 지 2개월 만인 지난해 9월22일 작성됐다.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은 이번 위키리크스 폭로를 통해 미국 정부가 유엔 고위직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을 벌여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해 “누군가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다면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지난달 30일 ‘라디오 프리 유럽’과의 인터뷰에서 첫 공식 반응을 보였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