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푸틴 ‘전화 설전’…갈수록 출구 없는 ‘시리아 내전’

2016.02.15 16:06 입력 2016.02.15 21:22 수정
장은교 기자

“온건반군 공습 멈춰야” “테러조직 대응”…미·러 사이 멀어지며 ‘작은 세계대전’ 격화

“시리아 북부 알레포의 올리브 과수원과 밀밭에선 지금 ‘작은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4일(현지시간) 시리아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다음달이면 내전이 발발한 지 만 5년이 되지만 시리아는 갈수록 강대국들의 대리전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크렘린은 “매우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었다”고 밝혔지만, 양국의 발표 내용을 보면 두 정상은 서로 하고 싶은 말을 했을 뿐이다. 오바마는 “러시아가 시리아 온건반군들을 겨냥한 공습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푸틴은 “서방이 이중잣대를 버리고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조직에 대응할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건반군’은 미국의 분류법이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는 반군도 테러조직으로 본다.

오바마·푸틴 ‘전화 설전’…갈수록 출구 없는 ‘시리아 내전’

지난 12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시리아지원그룹(ISG) 회의에선 “최소 1주일 동안 적대적 행위를 중단한다”는 결론을 발표하긴 했지만, 누구도 휴전 약속이 지켜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러시아 전투기는 반군 주둔지인 최대 도시 알레포 상공에서 폭탄을 퍼붓고, 땅에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군과 레바논 헤즈볼라가 정부군 편에 서서 반군과 지상전을 벌인다. 미국과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는 반군을 지원한다. 폭격당한 알레포 주민들이 국경으로 몰려가자 이미 250만명의 난민을 수용한 터키는 더욱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터키는 알레포 일대를 쿠르드 민병대가 차지할까 우려하며, 이틀 넘게 쿠르드 주둔지에 폭탄을 퍼부었다. 사우디는 “협상으로 안되면 무력으로라도 아사드 정권을 끌어내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메데프 러시아 총리는 13일 “(서방 때문에) 세계는 이미 신냉전시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모두가 무기를 내려놓을 가능성은 49% 정도”라고 말했다.

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은 14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서 “러시아는 오직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고 시리아를 칼리닌그라드(러시아 본토와 떨어져 있는 역외 영토)로 만들 생각뿐”이라며 “시리아를 군사훈련장으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더 이상 난민이 들어오지 않기만을 바라는 유럽은 ‘훈수’만 두고 있다. 필립 해먼드 영국 외교장관은 “지구상에서 시리아 내전을 끝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라며 “푸틴의 전화 한 통이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이 푸틴을 진지하게 설득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해먼드의 냉소적인 한마디는 무기력한 미국과 유럽의 상황을 상징하는 말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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